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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박상우 소설 `내마음의 옥탑방'
입력1999-02-07 00:00:00
수정
1999.02.07 00:00:00
옥탑방 13평 도시가 주방 보500-20 항시 입주가.단독 옥탑방 화장실 주방 기름보 전1500 월세가.
옥탑방 전철 5분거리 전700 절충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건물 옥상에 만든 가건물 옥탑방을 세주겠다는 광고문안이다. 옥상에 공간을 형성해 놓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작가 박상우(41)의 생각은 다른것 같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지고 사람들이 거처할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옥상에까지 방을 들이고 세입자를 받아들일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한다. 물론 그 자신의 말은 아니다. 「내 마음의 옥탑방」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민수의 이야기다.
박상우에게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안겨준 「내 마음의 옥탑방」(문학사상사 펴냄)은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군상의 이야기이자 도시의 산동네를 허허로이 감싸고 도는 부식된 공기에 대한 문학적 답변이기도 하다. 주인공 민수는 옥탑방에 인내할 수 없는 적개심을 보이면서도 그 속에 둥지를 튼 주희라는 여성의 궁벽진 공간을 탐한다.
「내 마음의 옥탑방」은 현대라는 시간이 옥탑방이라는 공간에 감추어놓은 그 비의(秘意)를 내면적 문체로 풀어놓은 짧은 서사극이다.
레포츠용품 수입업체의 영업사원인 민수는 형네집에 얹혀살면서 모든 행위의 궁극적 좌표를 잃은채 방황하다가 백화점 사원인 주희를 만난다. 주희는 옥탑방에서 살면서도 욕망의 끈을 줄기차게 간직하는 여인. 옥탑방에서의 남녀가 그리는 짧은 풍속도가 바로 이 소설의 이야기다.
남자는 무작정 지상의 현실에서 벗어나 몽상적인 공간의 위로 올라가려는 시지프를 연출하고, 여자는 지상의 꿈을 쫓아 밑으로 내려가려는 시지프를 대변한다. 때문에 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생기고 마침내 헤어짐이라는 복잡한 통과의례를 거친다. 그뒤 민수는 형의 중매로 결혼해 살지만 준비된 자세로 항상 깨어있으라는 목소리를 환청처럼 반복적으로 듣는다.
작가 박상우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란 진지하게 「사는 것」인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심오하게 「배우는 것」이다. 그것을 전체적으로 싸안는 경험의 그물망, 그것이 소설의 깊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는 것」인 동시에 「배우는 것」으로서의 소설과 작가를 염두에 두고, 심화되는 가속력의 세계와 퇴행하는 인간의 조건을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 나는 또다른 출발선상에 있는 것 아닌가. 소설이여 영원하라!』
그렇다면 문제는 자명해진다.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은 빈곤이라는 세속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새로움에의 천착을 배우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비껴갈 수 없는 현실적 장애를 넘어서기 위한 무기는 궁극적으로 몽환이 아니라 뜨거운 포옹이었다. 바로 현실과의 화해이자 또한 그것의 넘어섬을 작가는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추천 우수작으로 김인숙의 「물 위에서」, 배수아의 「은둔하는 북의 사람」, 원재길의 「삼촌의 좌절과 영광」, 이순원의 「1978년 겨울, 슬픈 직녀」, 이윤기의 「손가락」, 하성란의 「당신의 백미러」 등이 들어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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