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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육성하려면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으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그나마 버텨오던 건설경기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하강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수주액이 전년 동월 대비 큰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2004년 건설수주 물량의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식을 줄 모르던 주택시장 열기도 냉각됐다. 지방에서는 분양을 마치고도 계약률이 20%에 못 미쳐 아파트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조차 1순위 청약자가 단 한 사람도 없는 아파트가 나왔을 정도다. 건설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세계 및 국내의 일반적인 경제회복 기대와는 상반되게 최악의 상황이다. 국내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도 건설경기마저 둔화된다면 내수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출로 지탱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당장은 좋아 보이겠지만 지나친 해외의존도는 자칫 국가경제를 불안정 속에 빠뜨릴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내수를 적정하게 살려내는 경제운용이 바람직하다. 건설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통해 내수경기에 활력을 주는 정책적인 판단과 지원이 시급하다. 우선 민간 건축시장의 위축에 대비해 공공 토목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민간투자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동북아 중심 사업이나 수도권 신도시 개발 사업을 조기에 진행시켜야 한다. 택지ㆍ학교ㆍ도로 등 신도시 기반시설을 보다 조기에 확충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중심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중국과 포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특히 허브항만ㆍ공항 등에 대한 투자에서 촌각을 다투고 있다. 게을리 있다가는 우리의 미래는 날아가고 만다. 동북아 중심지 건설을 표방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실질적으로 이룬 것이 얼마나 되는지, 총력을 기울여도 될 듯 말 듯한 상황에서 너무 안일하게 있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보다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동북아 중심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관청의 위상을 제고하고 권한과 기능을 과감히 부여해 역동적으로 대처하게 하며 우수한 인재 육성을 통해 전문성을 고양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들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건설행위 관련 민원(民怨) 및 민간단체들의 폭로와 고발 등이 남발하면서 중요한 국책사업들이 장기간 방치됐고 그 과정에서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결국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더 이상 정부가 뒷짐 지고 물러나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제도의 보완을 통해 유사한 문제들이 재발하는 일을 적극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정책 집행 시기 및 강도에 있어서는 완급조절이 요구된다. 지난해에는 국가계약법ㆍ주택법 등 수많은 제도 및 정책들에 변화가 있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저가심의제 도입, 턴키ㆍ대안입찰제도 개선, 실적공사비적산제도 도입 등 건설 분야에 가격경쟁 요소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또한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쏟아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분양권 전매금지, 주택거래신고제 도입까지 총망라됐다. 그 결과 가격급등 양상은 일단 잠재워진 듯하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수많은 변화가 기업의 투자의지를 지나치게 저상(沮喪)시키는 데만 집중된다면 옳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과(過)하면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전체 경제여건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정책실행 시기 및 강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최근 토지규제 완화를 언급한 것은 다소 고무적이다. 과거 준농림지역의 규제완화로 인해 빚어졌던 난개발ㆍ투기ㆍ지가상승 같은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설시장 내 건실한 중소업체들을 지원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건설 관련 등록기준이나 입ㆍ낙찰제도의 변화를 통해 부적격한 부실업체를 퇴출시킴으로써 건전한 중소업체들의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건실하게 육성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택경기 침체로 부도를 내는 업체들의 증가가 예상된다. 건설공제조합 등 금융기관들은 보다 엄정한 기업심사와 관리를 통해 건설시장 및 금융 등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금번 건설경기 침체는 무엇보다도 주택경기의 순환주기상 조정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정책의 영향도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내수를 살리고 국내경기를 조절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새해에 기대해본다.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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