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세운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대한 하나은행의 출연은 은행법을 어긴 것으로 금융감독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하나고의 설립비용과 운영비용 등으로 588억원을 출연했다. 이 가운데 은행법이 개정ㆍ시행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약 330억원은 불법 출연의 소지가 크다고 금융감독 당국은 보고 있다. 개정된 은행법 제35조는 은행이 대주주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줄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나은행은 대주주(하나금융)가 세운 하나고(특수관계인)에 출연할 수 없지만 하나은행은 이를 어긴 채 돈을 댄 셈이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하나고 출연이 은행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금융감독원과 해당 은행에 알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하나은행 정기검사 때 하나고 출연 문제를 점검할 방침이다. 신응호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추후 검사 때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시기를 앞당겨 특별 검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세춘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내년 예정된 하나은행 정기검사 때는 물론 시기를 앞당겨 부문 검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법은 은행이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면 해당 자산 장부가액의 100분의40 이하를 과징금으로 물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출연 당시 이사회 결정 사안 등을 금융감독 당국에 보고한 만큼 전형적인 뒷북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시행 전의 사안을 일일이 점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은 학교에 기부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항변하면서도 "금융위의 유권해석과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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