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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세번째 우승을 노린 최경주도, 시즌 상금랭킹 1위 등극을 노리던 배상문도 아니었다. 1억6,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한국프로골프(KPGA) 제26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8억원) 우승컵은 골프를 위해 부모의 나라를 찾은 재미교포 존 허(20ㆍ팬텀)에게 돌아갔다. 존 허는 3일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파72ㆍ7,66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하면서 최경주(40)를 2타 차로 제쳤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에서 거주하는 존 허는 KPGA ‘외국인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지난해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2008년 프로로 데뷔, 미국 내 소규모 투어인 펩시투어를 뛰다 아버지를 설득해 한국행을 결정한 그는 지난해 레이크힐스 우승자 재미교포 홍창규(29)에 이어 두번째 ‘코리안드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상금랭킹 47위로 투어카드를 유지한 그는 이번 시즌 KEB외환은행 한중투어 1차대회 공동 10위, SK텔레콤오픈 7위 등 두 차례 ‘톱10’에 입상했다. 거액의 우승상금을 보탠 그는 시즌상금 2억1,415만원이 되면서 25위였던 상금랭킹이 단숨에 5위권까지 치솟았다. 이날 팬들의 시선은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오른 최경주와 배상문(24ㆍ키움증권)의 맞대결에 집중됐다. ‘멘토’와 ‘멘티(후견을 받는 사람)’의 관계이자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 마지막 날에 이어 4개월여 만의 챔피언조 재격돌(당시 배상문 우승)이었기 때문. 최경주는 12번홀까지만 하더라도 2타를 줄여 중간합계 12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면서 후배에 진 빚을 갚고 2007, 2008년에 이어 이 대회 3승도 무난히 거머쥘 듯했다. 그러나 13번홀(파4) 트리플보기가 뼈아팠다. 드라이버 샷을 오른쪽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날려보낸 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드라이버 샷(3타째)을 다시 친 그는 네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어프로치 샷도 짧게 한 뒤 2.5m 가량의 더블보기 퍼트마저 실패했다. 5온 2퍼트. 반면 3타 차 4위로 출발한 존 허는 최경주의 바로 앞 조에서 소리 없이 타수를 줄여 1타 차로 따라붙었고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14번홀 버디를 잡은 최경주는 존 허가 보기를 범해 1타 차가 된 마지막 홀(파4)에서 회심의 두번째 샷이 그린을 오버하면서 1타를 잃고 말았다. 대회 개막 전날 세상을 떠난 조모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검은 리본을 달고 나온 최경주의 이날 성적은 1오버파 73타였다. 상금랭킹 1위 김대현(22ㆍ하이트)이 컷오프 당해 우승했다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상문은 2타를 잃고 노승열(19ㆍ타이틀리스트), 박은신(20ㆍ삼화저축은행)과 함께 공동 3위(8언더파)에 머물렀다. 김대현(3억7,992만원)과의 차이는 9,000여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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