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한달여 만에 1,300원대로 내려앉자 환율이 고점을 찍고 최악의 고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여건상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1,300원 중반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달러당 53원20전 급락한 1,393원80전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4일(1,399원20전)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는 1,387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한데다 엔ㆍ달러 환율마저 소폭 상승한 탓에 재정환율인 원ㆍ엔 환율은 전일보다 100엔당 58원81전 크게 내린 1,505원51전으로 끝났다. 이날 환율 급락은 국내 주가 급등이 촉매 역할을 했다. 외국인이 3,400억원이나 순매수하는 등 시장심리가 호전되면서 환율도 안정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환율 상승에 일조했던 투신권이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으로 해외투자펀드의 환헤지용 달러를 매도하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투신권은 이날 1,458계약의 달러선물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지난 9일 2,663계약, 8일 941계약 등 최근 5일간 연속 달러를 내다팔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환율은 4일 연속 하락했다. 이탁구 KB선물 연구원은 “국내외 주가가 반등한데다 최근 외국인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지지선인 1,400원대 중반이 무너지면서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고점을 터치, 급등장이 일단락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국내외 증시와 이와 연계된 해외펀드의 매도세를 감안하면 기술적으로 1,500선이 고점으로 분석된다”며 “밑도 끝도 없이 상승하는 장세에서 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원화가치가 실질실효환율의 큰 폭 하락과 국제수지의 개선 등으로 전형적인 저점 통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원화 매도세가 종점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하락은 증시 베어마켓 랠리의 연장선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세적 전환은 아니다”라며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부실대출 부담으로 아직까지 원화약세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부장 역시 “워낙 글로벌 경기가 안 좋아서 환율이 근본적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1,3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연말 달러 수요로 1,300원대를 깨고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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