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살다가 자가로 옮겨가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 상승의 기대감마저 사라진 탓에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은 '주거실태 조사'를 통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지난 2005년 53.0%였으나 2008년 38.7%, 2010년 26.1%,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과거에는 전세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적 주거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자가로 갈아타기보다는 전월세 등 임차시장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가구가 늘고 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몇 년 전부터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인 자가율이 60%대에서 정체해 있다"며 "자가로 옮겨가야 할 사람들이 전세로 눌러살면서 매매시장 침체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 거주 비중도 2005년 55.6%에서 2010년 54.2%로 1.2%포인트 뒷걸음질치고 있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2005년 98.3%에서 2012년 102.7%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공급은 늘어나고 있지만 내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연구원은 주택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구매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임차시장에 머물 경우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천 본부장은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주거급여 제도를 촘촘히 만들어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계속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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