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에서 회사는 적자인데 직원들은 임금을 올린다면 어떨까. 아마 주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민간에서는 상상도 못할 비상식적 상황이 공기업에서는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특히 지방공기업일수록 그렇다. 정부ㆍ지방자치단체와 관할 공기업은 빚더미인데 해당 기업 직원들은 임금잔치를 벌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가슴은 미어터진다. 공복들은 재정적자 때문에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일부 공기업들은 성과급 등을 챙겨줘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꼴찌 등급을 받은 14곳 중 12곳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줬고 이듬해에도 9곳이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지방공기업은 더 가관이다. 교통 및 도시개발 분야 공기업들은 임금 모럴해저드를 보여주는 단골 소재로 꼽힌다. 서울메트로는 2009년 무려 5,542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임직원들에게 1,000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부산교통공사도 당시 수천억원대의 빚을 진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각각 수백억원씩의 성과급을 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전시 산하 일부 공기업의 임원 연봉인상률이 3년 새 30%에 육박해 지방의회에서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무리한 알펜시아리조트 개발사업으로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강원도개발공사도 마찬가지. 이 공사는 알펜시아리조트의 미분양 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렸음에도 2008년 1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19명에게 분양 알선 명목으로 사장 등 임직원에게 특별성과금을 지급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요구를 받았다.
공기업들의 임금 부조리는 무엇보다도 무딘 회초리 탓이다. 감사 당국 등이 일부 공기업들의 과도한 임금ㆍ복리후생 문제를 지적해도 실제 처분은 주의 등 가벼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서도 국정감사에서 공개하는 것에 그칠 뿐 경영진이나 인사담당자 등의 해임ㆍ처벌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정부가 매년 공기업 경영평가를 실시해 실적이 나쁜 곳은 불이익을 주고는 하지만 임금 폭주를 막을 브레이크를 걸기에는 제재력이 약하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매년 공공기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는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나마 중앙부처 산하 공기업은 여론에 대한 노출도가 높고 재정 당국이 돈줄을 죄고 있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은 통제 사각지대에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공기업 중에서도 특히 건설ㆍ개발 관련 공기업은 지역의 표심ㆍ이권과 관련이 깊은데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지역업자가 버젓이 입성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로비에 무방비여서 공기업의 경영이 부실해도 '주고받기식'으로 눈감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지방공무원이 직접 파견되는 지방 직영기업이 아닌 지방공단ㆍ공사 등 간접경영기업의 경우 인사ㆍ재정권한이 독립돼 있어 지자체와 현지 의회 모두 직접적인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원형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기업들은 임금체계가 복잡한데 특히 서로 성격이 비슷한 유사수당이 남발되는가 하면 상여금과 성과급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 같은 급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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