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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과요? 성적은 100점도 넘지만 내용은 70점 정도만 주고 싶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올 시즌 신인왕과 상금왕을 차지한 '지존' 신지애(21ㆍ미래에셋ㆍ사진)가 24일 기자들과 만나 2009년을 되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버지 신제섭씨와 어머지, 두 동생 등 가족과 함께 나온 신지애는 모처럼의 휴식을 즐긴 뒤 내년 1월3일 호주 골드코스트로 전지훈련을 떠나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신지애는 올해 결과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성적 자체로는 아주 만족해요. 100점 만점에 100점 이상 줘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플레이는 70점 밖에 안 돼요. 운이 따라 준 측면도 있었어요." 미국 LPGA투어에서 31년 만에 신인왕과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한 그는 부족했던 30점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연습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미국에서는 이동 거리가 멀어 연습시간이 4~5시간으로 국내에서보다 줄었고 그런 게 중요한 순간 실수로 연결된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연습을 강조했다. '(올해의 선수 등극을 위해)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는 "만약이라는 말은 후회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하고 "늘 최선을 다했고 1타의 소중함을 느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골프를 하는 데 있어 최대의 적으로는 교만함을 꼽았다. "잘 된다고 거만하거나 너무 큰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면서 "올 시즌 첫 대회에서 컷오프됐고 마지막 대회에서는 1포인트 차이로 '올해의 선수' 상을 놓쳤는데 모두 교만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처음과 끝이 좋지 않았던 게 가장 큰 교훈이자 이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받은 각종 상 가운데 기회가 한번뿐인 신인왕이 가장 값지다고 밝힌 신지애는 "새 시즌 목표는 항상 '더 나은 해'를 만드는 것"이라며 "올해 못한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으면 좋겠고 미국 코스에 적응된 만큼 기복 없는 안정적인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재능과 노력의 비중을 묻자 "재능은 0에 가깝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신제섭씨는 "처음 시작했을 때 힘은 있는데 감각이 없었다. 쇼트게임이 되지 않으니 볼 400개를 풀어놓고 하루 4시간씩 어프로치 연습을 수천번씩 하더라"고 일화를 들려줬다. 신지애는 또 다른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긴 휴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23일 끝난 시즌 마지막 대회 출전 이후 한일대항전 기간만 빼고는 골프채를 아예 잡지 않았다. 1년 내내 혹사된 근육이 쉴 시간을 줘야 오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전지훈련 동안에는 올해 좋았던 스윙은 유지하고 체력 보강에 주력할 생각이다. 내년 LPGA투어 25개 대회 가운데 23개에 나가고 한국과 일본 대회는 1개씩 출전할 예정인 신지애는 "국내 팬들은 저를 보고 싶어하고 저 역시 한국에 오고 싶겠지만 좀더 빨리 세계 1위가 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정상 등극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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