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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제는 '군사작전'중

권홍우 정경부기자장수가 명령하면 고수(鼓手)는 북 치고 병졸들은 한 쪽 방향으로 진격한다. 병법의 기본이다. 하지만 군사작전의 효율성이 경제에 곧장 원용되기는 어렵다. 상명하달(上命下達)의 경직성은 자칫 시장의 판을 깨뜨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역사와 사회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생명체다. 금융시장은 복잡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중하다. 당연히 더 정교한 정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한가지 화두(話頭)에 매달려 마구 돌진하는 양상이다. 중소기업 특별지원책이 연일 쏟아지고 기관장들은 너나없이 산업현장을 찾고 있다.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해마다 중기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번엔 강도가 다르다는 느낌도 든다. 이번에는 정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의문이다. 오직 한 방향으로만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장관이나 금융기관장들은 저마다 중기지원 확대을 위한 독전(督戰)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누구보다 중심을 지켜야 할 한국은행 총재조차 중소기업 현장방문 러시에 동참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의 현장 방문은 그만큼 절박한 현실인식과 일사분란한 팀웍때문일까. 기관장들이 중소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언론에 어느 정도 보도되느냐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행태를 보면 속사정은 다소 다른 것 같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현장방문이라면 그 배경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배려와 관심도 「조화와 균형」이라는 경제원칙에 충실할 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사작전은 단순과 효율이 기본원리지만 시장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임명권자의 관심사를 기관장들이 일사불란하게 받들어모신 결과 시장의 실패를 부추긴 사례는 지금까지 너무도 많다. 10여년전 한 미국장성이 『한국인은 대장쥐가 방향을 정하면 어디건 뛰어드는 들쥐떼와 같다」며 조롱한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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