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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용대출 `관존민비' 여전
입력1999-03-04 00:00:00
수정
1999.03.04 00:00:00
「아직도 관존민비인가」은행들의 신용대출을 위한 직업별 대출기준이 지나치게 공무원에 유리한 반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말썽을 빚고 있다.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던 직업등급 평가기준이 세상이 바뀌어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철밥통은 여전히 철밥통』이란 지적이다.
정부의 연대보증 축소 방침에 따라 각 은행들이 무보증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전문직 종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은행권의 직업등급 평가는 사실상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높아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직업등급 평가를 보면, 4급(서기관) 상당의 공무원이 2,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는 종합대학의 부교수와 같은 등급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라도 40세가 넘어야 같은 등급을 차지할 수 있다. 기업 종사자도 상장기업의 상근임원 이상에 한정된다.
의사 김완호씨는 『공무원에 대해선 약간의 메리트는 주어야 겠지만 서기관의 경우, 연봉이 전문의의 절반도 안되는데 이들에게 같은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존민비의 대표적 케이스는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에 대한 차별.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해도 여전히 법조인이지만, 은행 돈을 빌릴 때는 대우가 달라진다.
판검사는 5년 이상 근무하면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판검사 재직기간을 포함해 5년 이상의 경력과 45세 이상이어야만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부장급 판검사에는 특별우대로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허용되지만 아무리 규모가 큰 법무법인의 대표라도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최근 기업인수합병 및 부실기업 정리 등이 잇따르면서 법무법인의 일감이 폭주,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 변호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은행들은 이같은 사정을 직업 평가에 반영치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은 은행 돈을 쓰는 일이 별로 없는데다 일부 의사들은 개업을 하면서 무분별하게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않는 경우도 있어 높은 등급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직업의 안정성을 감안해 이직률이 가장 낮은 공무원층을 상대적으로 높게 매긴 것이며, 창구에서는 재산세 납부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출을 집행하므로 직업등급이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고소득자라고 해서 은행 돈을 쓸 일이 왜 없겠느냐』면서 『변호사들이 신용대출에 관심이 없더라도 명예회복 차원에서 변호사협회에 대응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40세 미만의 변호사는 공무원 5급(사무관), 경찰 공무원의 경감, 정부투자기관의 차장과 같은 등급이다.
자유직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름이 꽤 알려진 한 소설가는 『집을 넓혀 이사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갔다가 실업자 취급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직업이나 학력, 결혼여부, 과거 거래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첨단 신용평가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국내 대부분의 은행은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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