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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 조선업계 동향과 전망
입력1998-10-27 18:27:00
수정
2002.10.21 22:37:44
「세계 정상이 보인다.」
한국조선은 지난 9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선두에 올라선 이후 지난해 다시 정상에 올라설 기회를 맞는가 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아쉽게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우리 조선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10월에는 월간 수주량으로는 최대기록인 205만톤을 달성했다. 이는 조선수주량이 별로 많지 않았던 92년의 연간 수주량 184만톤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한국조선은 IMF를 전후한 금융경색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 1월에 는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극도의 침체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2·4분기 들어서는 다시 원기를 회복하면 정상을 되찾고 있다. 다소 늦게 발동이 걸린 탓에 올해 수주량은 9월말 현재 683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6만톤에 비해 190여만톤, 일본의 855만톤 보다 170여만톤이 적다.
따라서 올해 일본을 앞지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만톤은 너끈히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0만톤 수주」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조선의 위상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을 제치고 언제든지 다시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강한 긍지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현대·대우·삼성중공업 등 「국내조선 빅 3」가 여전히 「세계조선 빅 3」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한라와 한진중공업도 10대조선소에 랭크돼 있다.
◇세계조선동향
90년대 세계조선업계의 특징은 지난 56년 이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일본의 절대우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조선이 정상 도전을 향한 도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미국은 과거에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던 민수용 선박에 대해 군용건조에서 얻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재진입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도 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을 내세우며 선두권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수리조선분야에서는 한국의 퇴조현상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일본은 물론 중국과 중동에도 밀리고 있다.
중동은 세계 최대 유조선항로라는 강점을 등에 업고, 중국은 낮은 임금을 무기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유일한 수리전문조선소였던 현대미포조선마저 수리전문을 포기하고 지난해부터 신조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오는 2000년에는 신조선의 비중을 80%까지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더 이상 수리조선소라고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조선시황은 세계조선의 전도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05년에 세계 조선설비의 공급이 수요를 40% 정도 많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해운·조선 전문지인 시트레이드도 앞으로 10년간 해운·조선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세계 해운·조선업계에 빙하기가 찾아 온다는 것.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은 해운업계는 원유의 물동량 감소로, 조선업계는 선박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구조적인 불황으로 대규모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는 2000년 초대형유조선의 건조능력은 한국이 도크 11개, 유럽 9개, 일본 7개 등 모두 32개로 연간 65~85척의 초대형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반면 선박발주량은 25년 이상된 초대형유조선을 모두 해체한다 하더라도 건조능력의 절반수준인 연간 29~33척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따라 세계 조선업계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며 90년대에 대규모로 설비를 늘린 한국, 중국조선소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국조선산업의 현황과 과제
세계 조선산업이 처한 상황이 어둡다고 두 손 놓고 한국조선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다.
어떤 불황속에서도 최소한의 선박발주는 이어지며 최고의 경쟁력만 갖춘다면 아무리 깊은 불황속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오히려 세계적인 불황은 우리 조선이 세계정상에 오르는 결정적인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조선의 정상도약 가능성을 연속 1,000만톤 이상을 수주했다는 물량측면에서만 찾는 것은 아니다. 수주선박의 상당부분이 예전과는 달리 고부가선박이거나 동일한 선박을 연속적으로 건조하는 시리즈선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삼성중공업은 61척의 수주잔량중 14척이 드릴 쉽 등 해양관련 선박이며 금액면으로는 전체의 38%인 14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중공업도 전체 수주금액의 20%가 초대형유조선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들어 초대형유조선의 수주에 연달아 성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이탈리아 사이펨사로부터 국내 조선수주 사상 단일선박으로는 최대금액인 2억7,000만달러에 드릴 쉽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이 미국 리딩 앤드 베이츠사로부터 대형반잠수식 시추선을 2억5,000만달러에 수주한 기록을 깬 것이다.
군용선박에 대한 수주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대우중공업이 지난해 10월초 방글라데시 해군으로부터 전투용인 프리깃함 1척을 1억달러에 수주해 본격적인 전투함 수주시대를 열었으며 현대중공업도 11월에 방글라데시 해군에 포와 사격통제장치 등을 갖춘 무장경비함을 인도하는 등 전투함 수출시대를 열었다.
이같은 한국조선의 새로운 모습은 그동안 세계 조선시장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던 일본을 밀어낼 강력한 대항세력으로 세계시장에 인식을 드높이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일본을 앞지르지 못한다 해도 예전처럼 일본의 절반밖에 안되는 수주로 2위를 하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조선은 근대화된 조선소를 설립한지 25년도 채 안돼 세계조선시장의 주역으로 떠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100억달러의 수주를 하는 등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고용인력도 5만7,000여명에 이르고 있어 고용창출 효과가 크며 전후방 관련산업인 철강, 산업기계, 각종 전자장비, 해운, 무역업 등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을 둘러싼 외부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 세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 자체의 내재적인 경쟁력 요소를 발굴해 이를 보다 강화하는 등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협조보다 경쟁에 익숙한 국내 관련업체들이 공생 및 공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함께 살기 위해서는 업계 내부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단단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조선업계와 관련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저가수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업계간 자율적 협조분위기를 강화해야 하며 각 조선소별로 경쟁력있는 선종 및 선형을 표준화해 건조체제를 특화하고 동일선박의 대량건조에 따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시너지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
또 과잉·중복투자를 자제하면서 설계·자재구입·연구개발 등을 공동화하는 전략적 제휴도 필요하다. 특히 연구개발 등 고도화, 합리화를 위한 투자는 더욱 과감히 지속하되 경영혁신을 통한 경비절감과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앞으로 세계정상을 가늠할 한·일 조선의 경쟁력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변화가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경쟁의 우열을 가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우리 조선업계의 생산성이 일본의 절반에 불과해 오히려 향상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21세기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조선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동화, 전산화, 신기술 개발 등 체질강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설계·생산 통합전산시스템 개발및 구축으로 각 부문의 기술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선박의 개발과 해양 이용설비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동노력을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실시할 경우 한국조선은 명실상부한 정상의 조선소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다. 사상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있는 한국조선이 21세기에 어떤 모습을 갖출 지는 업계의 결속이 얼마나 현실화되는 가에 달려있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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