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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원하리 백제魂이여‥

날림발굴 30돌 맞은 무령왕릉그 때도 장대 비가 내렸다. 1971년 7월5일 무령왕릉이 발견되던 날, 빗줄기가 굵었다. 올해는 무령왕(백제 25대 왕ㆍ462~523년)의 무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30년째 되는 해이다. 지난 달 29일 기자가 찾은 왕릉. 무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오가는 사람도 전혀 없이 장대비만 처연했다. 무령왕릉의 발견은 '한국사 최대의 발견임과 동시에 최악의 발굴'로 기록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무령왕 무덤은 7월 5일 송산리 6호고분의 누수방지 공사중 우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묘지 지석에 또렷한 '사마왕'(무령왕의 생전 왕이름)이라는 글귀가 확인됐다. 삼국시대 왕릉으로는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것이다. 뜻하지 않은 대발견에 세상은 흥분했다. 전국의 언론사들은 3~4명씩 기자를 특파해 취재경쟁에 열을 올렸고, 이들을 통제해야 할 경찰들까지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발굴작업단은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세상의 궁금증을 서둘러 풀어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이었을까. 발굴단은 6일 저녁부터 8일 오전까지 철야를 무릅쓰고 작업을 강행했지만, 큰 비 탓에 총 작업시간은 고작 12시간이었다. 세기적인 발견에 고작 12시간의 발굴이라니. 한 마디로 희대의 졸속이었다. 때문에 무덤의 배치, 유물의 제작기법 등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무령왕릉의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발굴 이후 무려 25년 동안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수학여행단이 무제한으로 왕릉을 드나들었고, 그 결과 왕릉은 더 이상 지탱하기 곤란할 정도로 훼손이 심각해졌다. 그 결과 지난 1997년부터 무령왕릉은 영구 폐쇄되고 말았다. 1,5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백제 사마왕의 무덤은 다시 영원의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간 것이다. 무령왕릉에는 참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왕릉이 지닌 고귀한 가치까지 무시될 수는 없다. 금제관식, 금제귀고리, 금동신발, 금제팔찌, 용봉대도 등 이 무덤에서 출토된 108종 2,906점의 유물은 모두 예술적으로 뛰어나 찬란했던 백제사의 자취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입증된 목관, 중국 남조의 양식을 따른 무덤의 건축양식에서 백제의 폭 넓었던 국제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의 천마총이나 황남총에 비해 무령왕릉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적은게 사실이다. 무령왕릉 인근 상점의 주인들은 한결 같이 "일본 관광객들이 이 곳을 많이 찾는다고" 입을 모은다. 또 어떤 이는 "일본 사람들 참 대단해요. 왕릉 주변의 나무까지도 꼼꼼히 살펴본다니까요"라고 말한다. 공주박물관에서 한창 진행중인 '무령왕릉 전시회'에서도 관람객의 대다수가 일본인이었다. 이제 30년전 무덤 발견 때 보였던 뜨거운 관심을 무령왕에게 돌려줘야 한다. 우리 민족사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백제에 대한 사랑도 다시 추스려야 한다. 졸속발굴의 잘못을 만회해야 할 의무는 우리 모두의 몫이고, 그 길은 '백제 사랑'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휴가 때는 자녀들과 함께 백제문화여행을 떠나보자. ◇교통=<대중교통>▦고속버스ㆍ우등고속 서울 강남터미널~공주 2시간20분 소요 ▦직행버스 서울 남부터미널~공주 2시간20분 소요 ▦현지교통은 공주~무령왕릉 시내버스 수시운행, 10분 소요 ◇도로= 서울~천안IC~대전방면 1번국도~행정리 백제주유소앞 3거리~오른쪽 23번국도(30km)~공주농고앞(좌회전)~금강교~송산리 고분군 입구 ◇문의= 공주시관광안내소 (041)856-7700 공주=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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