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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허브로 가는길] 환투기 노파심… 역외 직거래시장 '0' 원화 국제화 스스로 발목 잡은 당국

외환시장 세계 15위 급성장

"과감히 규정 손질" 목소리


우리나라가 위안화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원화의 국제화가 병행돼야 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원·위안 직거래시장을 한국에 먼저 개설하고 중국에는 나중에 만들기로 한 것은 역외 원화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규제 때문이다. 결국 역외 원화거래를 터주지 않으면 정상회담 성과 역시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큰 것이다.

현재 원화는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현물거래는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은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역외 원화거래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당국이 원화 국제화를 수십년간 외쳐왔으면서도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진정한 위안화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가 널리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와 같이 원화가 통용되지 않는다면 외국투자가들은 달러를 들고 우리나라에 와서 원화로 환전한 후 다시 위안화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다. 원화가 통용되면 그만큼 절차가 간소해지고 한국을 위안화 허브로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커진다.

하지만 원화 국제화의 핵심인 역외 원화 직거래는 지금까지 단 한곳도 설립되지 못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 NDF시장이 있으나 현물거래는 하지 않는다. 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등 자본시장을 대폭 자유화했으나 역외 원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1999년 3월, 외국환거래규정으로 금지했다. 우리 외환시장이 협소해 국제 환투기 세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도 "환투기에 대한 우려가 가장 실질적이고 큰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우리 외환시장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10배 이상 불어난 만큼 이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9년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적었던 우리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액은 1998년 40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480억달러로 12배 증가했다. 전세계 15위 규모다. 우리나라보다 일평균 거래액이 적은 말레이시아(110억달러), 뉴질랜드(117억달러)는 물론 거래 규모가 비슷한 러시아(600억달러)는 중국 현지에 자국 화폐와 위안화 간 직거래시장을 개설하는 등 한층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당국도 원화 국제화 작업을 추진하고는 있다. △1988년 원화의 국제화 추진 방향 △1993년 3단계 금융 자율화 및 시장개방계획 △2006년 외환자유화계획 등을 발표하고 원화의 수출입한도, 외국인의 원화 차입한도, 역외 원·달러 선물시장 개장 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승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역외 원화 현물시장이 생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역외시장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원화 국제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외 원화 직거래시장이 생기면 우리나라가 독감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당국도 노파심이 너무 커 이를 금지만 해온 측면이 있다"며 "위안화는 불과 6년 만에 상당 수준의 국제화를 이룩했다. 국내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된 현재를 기회로 여기고 과감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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