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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질타한 부처 불협화음] 카지노ㆍ회사채 지원 등 삐걱… 부총리 리더십 한계에 이르렀나

■ 공약사업마저 불발 위기<br>의료생협 활성화 등 난항… 기재부도 비협조 시달려<br>컨트롤타워 역할 무색<br>중립적 입장 총리실서 부처갈등 적극 조율해야


관광ㆍ해운업계는 정부의 선상 카지노 허용 기준완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람선(크루즈선)을 타고 한국을 방문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선상 카지노 기준이 엄격해 현실적으로 국내 크루즈선에서는 개장이 어렵다. 해운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는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바라지만 카지노 허가권을 거머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이견으로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2ㆍ4분기부터 투자육성을 위한 제도개선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으나 정작 굵직한 대못들은 당국 간 조율이 미진해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들조차 정책수립 주체 간의 엇박자로 줄줄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대형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은 물론이고 여당ㆍ지자체와의 불협화음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10일 정부 주요부처에 따르면 서비스 산업 활성화, 고용창출 등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카지노 설립규제 완화와 의료생활협동조합 활성화, 풍력산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사업들이 당국 간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다.

공동체 일자리를 늘리면서 지역맞춤형 복지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됐던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정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담합이 심각한 의료계에 경쟁을 촉진할 기회로 활용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 설립의 문턱을 낮추자는 입장이지만 기존 의료계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보건복지부는 설립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 정책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맥락을 함께 하는 내용임에도 연내 부처 간 협상타결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를 바라보는 관계인사들은 정책조율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한결같이 '밥그릇'을 지목한다.

경제가 고도화하면서 산업계는 업종별ㆍ기능별 장벽을 허물고 융합한 상품을 내놓아야 성장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는데 정부 부처는 옛 '칸막이 경제'시대에 짜인 조직과 기능, 인허가 권한, 예산의 '꿀맛'을 유관부처와 나누지 않으려 해 조율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관계당국이 소관하는 업종의 거대 이익단체 로비에 휘둘리면서 국정과제 추진마저 제동을 걸 정도로 부처 간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처간 불협화음에 발목이 잡힌 것은 공약사업뿐만이 아니다.

돈줄이 말라 고통을 겪기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해 내놓은 회사채 안정화 방안은 부처 이기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게 심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위원회는 14조~20조원에 달하는 출자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금융위는 채권은행이 회사채 사는 비율을 과거 20%에서 30%로 높이고 금융투자협회 산하 증권사 등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하는 형태로 겨우 재원을 모아 6조4,000억원 규모 지원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발표 시기도 일주일이나 조율 작업 때문에 일주일이나 늦춰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초 부처간 장벽을 깨고 경제정책조율을 원활히 하기 위해 경제부총리 제도까지 도입했으나 아직까지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쓴소리마저 듣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부총리가 나서서 지휘하는 기재부 정책 사항까지도 타부처의 비협조에 시달릴 지경이니 정책 컨트롤타워(관제탑)라는 별칭이 무색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과세ㆍ감면 구조조정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로 하여금 소관 비과세ㆍ감면조항의 실효성 등 대한 자체평가를 실시하도록 주문하고 그 배점결과를 제출토록 당부했으나 평가 대상 220여개 항목중 무려 40개 항목이 미제출됐다. 그나마 평가결과가 제출된 나머지 항목중 상당수도 각 부처에 통보한 데드라인을 한참 넘겨 제출됐다는 게 해당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했던 조세연구원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조율 미숙이 단순히 특정 부처나 특정 관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 지방자치단체를 망라한 구조적 불협화음이라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당장 걸림돌은 정책조율의 주체가 이해당사자인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책갈등의 가장 큰 사안인 지방재정 건전성 문제(취득세 인하, 무상보육 재정대란 등)의 경우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따라서 이런 경우 중립적인 입장의 총리실이 나서서 조율을 해야 하지만 기재부에 가려 역할이 잘 보이질 않고, 안행부, 지자체는 기재부가 국가재정부담을 지방에 떠넘긴다며 기재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일쑤다.

모래알 리더십을 부른 여권의 공천도 국정 불협화음의 구조적 원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우세를 자신하지 못한 당 지도부가 '당성'(당의 정강ㆍ정책에 대한 충실도)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둬 공천을 준 게 화근"이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당선돼 금배지를 단 의원들은 독자생존에 대한 자신감이 과도해 당 지도부 등이 정한 정책방향에 엇박자를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 지도부가 실무당정 등을 통해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정책을 최종 확정하려고 해도 당론채택마저 자신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어렵게 나마 부처간 합의를 도출해 국회에 제출하려는 입법안이 여권의 지원사격 불발로 난항을 겪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다. 여당의 정책 이니셔티브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원활한 국정조율을 위해 기재부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은 총리실이 적극적으로 중재를 맡아주고, 기재부는 타부처와 조율시 예산편성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빅딜을 추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여당 지도부도 정책조율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조위원회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관가와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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