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여신한도 미사용 기업에 수수료

은행권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수수료 개발에 나선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들이 여신한도를 책정하고도 자금을 쓰지 않는 기업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D기업에 대해 일반자금대출 한도를 설정한 C은행은 이 기업이 쓰지 않는 한도내 미사용금액에 대해서 1.2%의 「약정한도 미사용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약관상으로도 한도 미사용 수수료의 근거조항이 있다』며 『아직 전반적인 수수료 부과는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들어 개별 기업에 대해선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몇몇 은행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신규·재약정을 맺는 모든 계열사에 대해 0.5% 안팎의 약정한도 미사용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다. 개인대출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수수료 적용도 상당기간 유보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까지 부과되지 않았던 수수료가 생기는 데 대해 거부감이 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일부 업체에 대해서만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은행의 경우 한도 미사용 수수료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쓰이지도 않을 자금을 한도로 설정할 경우 은행의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한도 설정액이 은행별로 3~4조원을 웃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같은 수수료 제도를 공공연히 도입하기엔 아직 제약이 많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도입 검토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상태지만 은행 수수료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곱지 않아 제도 시행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