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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인 이상남씨(56ㆍ사진)가 인사동에 나타났다. 누가 ‘뉴요커’ 아니랄까봐 후드티에 패딩조끼를 입고 백팩을 맨 뒷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다. 지난해 4월 열렸던 개인전에서 작품 ‘풍경의 알고리듬’으로 세계적 공명을 일으킨 그가 갑자기 왜 한국에 왔을까. LIG손해보험이 경남 사천에 4만평 규모로 짓는 복합문화센터 겸 연수원에 대규모 작품 설치를 의뢰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건물을 연결하는 40m가 넘는 유리교각 내부를 폭 2m, 높이2.5m의 그림 20점으로 채울 계획”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2010년 완공예정인 건물의 디자인 과정에서부터 함께해 설계자, 건축가, 공사담당자까지 참석한 회의를 수차례 거치며 작품구상을 다듬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LIG와의 인연은 지난 2006년 본사 로비를 그의 작품으로 장식해 ‘공공미술의 새 장을 열었다’고 호평받은 뒤 두 번째. 작품은 더 이상 요식적인 공공조형물이 아니고 작가는 아티스트를 넘어 공간 디렉터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추상화된 풍경을 담은 ‘풍경의 알고리듬’ 연장선상에서 대나무로 둘러싸여 바다ㆍ섬ㆍ바람이 넘실대는 수려한 자연 경관을 작품 속으로,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그의 구상이 어떤 작품으로 구현될 지와 함께 관광명소로서의 경제적 상승효과까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씨는 지난해 10년 만에 가진 국내 개인전이 권위의 미국 3대 예술지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아 한국 작가의 국제적 위상을 올려놓았다. 이들은 “전형적 구조를 깨뜨린 미니멀리즘 추상이지만 전체적으로 질서정연하다”(아트인아메리카), “선명한 윤곽과 대중적 색채의 유쾌한 조합이 색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콘“(아트포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동시에 자유분방한 작품들”(플래시아트)이라고 극찬했다. 여기다 아트아시아퍼시픽, 아트크러시 등도 가세해 이른바 평론계의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이어 오는 3월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아모리쇼에 참가할 계획. 아모리쇼는 전위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여 뉴욕현대미술시장의 성공을 이끈 대표적 아트페어다. 그는 “실험성 강한 전시에서 내 작품이 어떤 반응을 받을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면서 “뉴욕 미술계에서의 작업은, 방향성은 갖되 다음 작업에서는 늘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기에 나는 끊임없이 내가 지나온 길을 잊고 새 땅을 꿈꾸는 문화 유목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불황으로 시장상황은 뉴욕, 한국할 것 없이 가라앉았지만 불경기는 ‘보여주기’에 더 좋은 기회”라며 “동양성, 형식성에 대한 집착보다 ‘물질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꾸밀까’ 고민하며 다수의 흐름을 따르기 보다 살아남는 소수가 되기 위한 기회와 실험의 장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한국미술계에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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