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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직장인들 떨고 있다

HP-컴팩등 통폐합과정 상당수 정리해고 불가피"나 지금 떨고 있니?" 사상 최악의 실업대란 속에 높은 보수와 합리적인 근무환경 등으로 최고의 취업대상으로 꼽히던 외국기업이 술렁거리고 있다. 글로벌 단위의 전략적 제휴 및 기업 인수합병이 확산되면서 국내 지사에 불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휴렛팩커드(HP)가 컴팩과 합병한다고 발표하자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양사의 국내지사 직원들. 언론 보도로 합병 사실을 안 후, 시급히 본사에 확인할 정도로 갑작스레 벌어진 사건이었다. 합병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임ㆍ직원 자신들의 앞날이 더 걱정이다. 두 회사의 임원 중 하나는 옷을 벗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두 회사는 특히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부서를 통폐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임원을 비롯한 대다수 직원들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이미 컴팩의 마이클 카펠라스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합병에 따라 1만 3,000여명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휴렛팩커드와 컴팩코리아 최준근 한국HP 사장과 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 중 하나는 대표직을 그대로 수행하겠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 기업문화의 특성상 CEO가 물러나는 기업의 직원들이 사실상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양 사의 신경전은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인수업체 대표가 통합법인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컴팩코리아 강성욱사장의 지명도와 경력에 비추어 보면 결정이 그리 간단할 것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 강사장은 이미 지난 97년 한국탠덤컴퓨터사장으로 있다가 탠덤이 컴팩에 피인수될 때 예상을 깨고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98년에 컴팩이 디지탈이큅먼트를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 직원수 70여명의 컴팩코리아와 300여명의 한국디지탈은 외형적으로 비교가 안됐지만 본사는 결국 강성욱사장을 선택했다. HP와 컴팩 본사에서는 합병절차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공식적인 접촉은 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만날 때도 업무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리해고'냐 '생존'이냐를 앞두고 양사 직원들은 무언의 힘겨루기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컴팩코리아가 수십명 규모의 인재채용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힘겨루기 신경전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650여명 임직원에 지난해 6,5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컴팩코리아가 900여명의 임직원에 지난해 1조 3,000억원 매출을 달성한 한국HP에 비해 열세인 형국이기 때문이다. ◇본사 인수합병에 국내 지사 줄줄이 정리해고 제약업체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첨은 올 초 합병하면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새로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스미스클라인비첨 박정신 전사장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직원수와 매출 규모에서 훨씬 컸던 글락소웰컴코리아의 김진호 사장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장으로 발탁됐기 때문. 새 법인 사장이 결정되면서 임원과 일반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마케팅ㆍ재무 등 핵심부서의 임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잇달아 결국 100여명 가까운 직원이 정리됐다. 독일 기업인 훽스트마리온루셀과 프랑스의 롱프랑로라도 지난해 1월 합병, 아벤티스라는 기업으로 통합됐다. 외국 본사는 1:1합병이 이뤄졌지만 국내는 사정이 달랐다. 매출ㆍ인원규모가 절대 약세였던 롱프랑 국내지사는 합병과정에서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훽스트의 국내 합작기업인 한독약품의 규모가 롱프랑 국내지사에 비해 월등히 컸기 때문이다. 통합 당시 한독약품의 매출규모는 1,000억을 훨씬 넘는 데다 직원수도 700여명으로 롱프랑의 5배 가까운 규모였다. 롱프랑로라는 국내 지사장에 이어 150여명 가까운 직원 대부분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아벤티스의 한 직원은 "원하는 자에 한해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적지않은 위로금도 지급했지만 갑작스레 회사를 떠나야 하는 임직원들은 한마디로 정신적인 공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외국기업 합병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최고의 직장으로 인정받는 외국기업 직원의 주가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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