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새영화] 헌티드

할리우드 영화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근래 한국영화 부흥의 한 원인을 눈에 띄게 빈약해진 `할리우드 발 성찬`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보여줄 걸 다 보여준` 할리우드 액션이 최근 들어 연달아 헛발질을 계속하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기 배우 토미 리 존스 등이 출연한 `헌티드`(The Hunted) 역시 이와 같은 생각을 더욱 굳어지게 하는 영화 중 하나다. 살육과 광기의 도가니였던 코소보 전쟁터. 특수부대의 최정예 요원인 애론 할램(베네치오 델 토로 분)은 적진의 중심부에 홀로 침투, 은성 훈장까지 받는 무공을 세운다. 하지만 4년 뒤인 2003년. 애론은 숲속 밀렵꾼들을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라 믿고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살인귀로 변하고 만다.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들이 그의 이성마저 파괴, 판단력을 잃게 만든 것이다. FBI는 전문요원까지 추적에 실패하자 그의 훈련 교관이었던 L.T. 본햄(토미 리 존스 분)을 사건에 투입한다. 본햄 역시 살인만을 종용했던 뼈아픈 과거로 인해 자연에 은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상태. 그러나 애론의 흔적도 최정예 살인병기를 키워냈던 그의 눈만은 비켜가지 못한다. 감독은 `프랜치 커넥션` `엑소시스트` 등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윌리엄 프리드킨. 화기의 향연 대신 필리핀 산 동양 무술이 등장하고, 특공 부대의 활약상 대신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상처를 주제화 하는 등 `차별화`에 몸부림친 흔적도 엿보인다. 하지만 `장기`를 버리고 잡은 타개책은 액션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인 수준이다. 거대한 터널이나 방치된 철근 덩어리 같이 `문명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교 숲을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돌을 다듬어 칼날을 만들어야 할 원시 자연으로 묘사한 설정 만큼이나 사실상 어설프다. 액션에 `철학`을 입히려는 시도는 미국산 같지 않아 눈길을 붙들지만, 남의 옷을 훔쳐 입은 듯한 어색함 까지 감추는 데는 아직 못 미치는 것이다.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