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세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유가와 미국 소매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미국. 지난 한달간 미 증시는 견실한 경제 성장과 양호한 기업 실적에 힘입어 다우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3.56%, 6.22% 상승했다. 지난주 나스닥은 지난 2000년 버블 붕괴 이후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2,2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유가 상승과 소매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로 결국 하락 반전했다. 종목별로 할인점과 백화점의 주가가 힘없이 무너져 내린 반면, 정유주인 코노코 필립스, 쉐브론, 엑손 모빌 등은 강세를 보였다. 유럽 증시는 IMF의 경제성장률 하향전망과 엇갈리는 실적 속에서 혼조세를 지속했다. 200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한 영국에서는 실적 부진이 겹친 은행주들이 약세를 나타냈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혜를 입었던 석유관련주들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프랑스는 금융주의 실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소시에떼 제너럴 은행이 2ㆍ4분기 순이익 향상을 기록했으나 유로존의 내수침체로 향후 실적 개선을 낙관하지 못해 낙폭이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독일은 인수합병 재료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리복을 인수하기로 한 스포츠용품업체인 아디다스 살로몬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나이키에 필적하는 규모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방았다. 아시아 증시는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주식시장이 상승했으나, 주 후반에는 미 증시 조정의 영향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만은 주간으로 2%가 넘는 강세를 기록했다. 대만 최대의 D램 업체인 파워칩의 2ㆍ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자 투자자들은 AU 옵트로닉스, LCD 제조업체인 치메이 옵트로닉스 등 기술주 전반으로 매수세를 확대시켰다. 상승 분위기는 홍콩으로도 이어져 지수가 4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HSBC의 실적 호재를 배경으로 은행과 부동산주에 관심이 집중됐고, 향후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지수는 1만5,000선을 거뜬히 넘어섰다. 일본은 닛케이 주가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지고 도요타의 부진한 실적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주 세계 주식시장은 조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데 따른 차익매물의 출회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제유가의 급등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는 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정책 결정 방향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극적인 매수세력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미국 IT관련 제품의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경기지표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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