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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리소스] <4> 영국 창의인재의 산실, 국가과학교육센터

10만여점 창의 리소스 개발… 교사들에 교수법 전수 주력<br>"교사는 창의인재 육성 토양" 17개 연수 프로그램 운영<br>다양한 학습 방법 보급 학생들 과학 흥미 크게 높여

영국의 창의교육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과학교육센터(NSLC)는 창의교육 확산에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 이들에 대한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과학교육 센터 전경

미란다 스티븐스

과거 5대양 6대주를 호령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이자 전세계 기술혁신을 촉발한 산업혁명의 발상지. 바로 영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항상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영국에서 18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또 다른 혁명이 움트고 있다. 미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창의교육혁명이 바로 그것. 이 혁명을 주도하는 곳은 요크대의 국가과학교육센터(NSLC). 영국 창의리소스의 거점역할을 수행하며 일선 과학교사들에게 창의교육을 전수, 교실 속에 창의성을 불어넣고 있는 것. 모든 창의교육의 시발점은 교사이며, 교사야말로 창의인재 육성의 기름진 토양이라는 게 NSLC의 슬로건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요크. 영화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시선을 끌지만 그 외에는 유럽의 여느 중소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국가의 창의교육 거점기관을 왜 런던이 아닌 요크에 두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하지만 이 같은 의구심은 NSLC가 위치한 요크대에 도착하는 순간 해소된다. 대학 자체가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요크대는 주변 마을과의 구분이 없다. 경계가 없다는 얘기다. 가정집 옆에 대학본부가 있고 대학 건물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마을이 나올 만큼 마을과 조화를 이룬다. 대학의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요크의 문화가 창의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NSLC가 요크대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05년 10월. 우리나라의 교육과학기술부에 해당하는 영국 아동학교가족부(DCSF)와 민간재단인 웰컴재단이 과학교육 및 창의교육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국적인 과학교육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면서 9개 지역 센터를 총괄하는 거점기관으로 NSLC를 설립한 것. 웰컴재단이 NSLC에 지원한 자금만 지금까지 총 2,500만파운드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NSLC는 지난 4년간 지역 센터들과 함께 공교육 혁신을 주도, 지금은 영국 과학문화 확산과 창의교육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노력이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격인 직업교육 칼리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물리학 선택 비중이 33%나 증가하는 등 이공계 진학률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NSLC의 실무 책임자인 미란다 스티븐슨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과학에 흥미를 갖는 학생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며 "NSLC의 활동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기폭제가 됐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사는 창의인재 육성의 토양 NSLC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NSLC는 학생보다는 교사에게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과학교사 연수, 창의 리소스의 개발·수집·보급, 그리고 교수법의 개발·보급 등 현재 NSLC의 주요활동 모두가 사실상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스티븐슨 박사는 "교사는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과학창의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과학적 전문성을 높이고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을 전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창의인재 육성법"이라고 밝혔다. 창의인재가 한 그루의 나무라면 교사는 수많은 나무가 자라날 토양이 되는 만큼 창의교육의 출발도 교사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슨 박사는 또 "모든 아이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한 천부적인 과학자이자 창의인재"라며 "이 같은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속적인 자극과 올바른 지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NSLC에서는 별도의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5세부터 18세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대상으로 창의교육 능력을 배양하는 17개의 연수코스를 운영한다. 또한 각 지역센터에서도 자체 개발한 다양한 연수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교사나 과학에 관련된 교사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데 즉시 현장접목이 가능한 최신 과학기술 지식과 창의 리소스, 교수법을 습득할 수 있어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껏 NSLC와 지역센터를 거쳐간 영국 내 학교만 해도 중고등 교육기관의 73%, 초등 교육기관의 17%에 달한다. 특히 참여교사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3분의2가 기존 교수법을 즉각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얻었으며 98%는 동료에게 참여를 추천하겠다고 답하는 등 만족도 역시 높다. 10만여점의 창의 리소스 보유 NSLC의 연수가 어떻게 진행되기에 이토록 열띤 호응을 얻는 것일까. 스티븐슨 박사는 "연수는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특정 주제를 놓고 교사들 스스로 토론하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기자가 양해를 얻어 참관한 한 강의실에서도 연수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과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카락의 강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교사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샴푸ㆍ린스ㆍ컨디셔너를 바른 뒤 강도변화를 측정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며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졌다. 연수를 주관한 마크 랭글리 박사는 "연수에 쓰이는 모든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은 NSLC가 직접 연구개발(R&D)한 것"이라며 "이를 교과과정에 어떻게 활용하고 교육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창의 리소스를 개발할 때 NSLC가 초점을 두는 것은 크게 3가지. 과학적 사실 규명에 효과가 있는지, 교수법 개발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수업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지가 바로 그것. 스티븐슨 박사는 "이 같은 3요소를 모두 갖추면 양질의 창의 리소스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교사마다 게임ㆍ그림ㆍ토론ㆍ야외학습 등 선호하는 교수법이 다르기 때문에 창의 리소스는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NSLC가 창의 리소스의 허브를 자임하며 각처의 창의 리소스를 적극 수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NSLC의 리소스센터에는 이렇게 모인 10만여점의 창의 리소스가 확보돼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창의 리소스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NSLC가 모르는 창의 리소스는 영국에서 구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스티븐슨 박사는 "환경적 이익과 경제성이 상충하는 유기농작물처럼 현대사회는 과학ㆍ경제ㆍ정치 등이 통합돼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창의교육을 통해 과학적 지식과 창의적 소양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교육 전면 도입전 시범학교 운영해보길"
미란다 스티븐슨 NSLC 프로그램 디렉터 영국 국가과학교육센터(NSLC)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미란다 스티븐슨 박사는 창의교육을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몇몇 시범학교를 선정, 운용해보라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창의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스티븐슨 박사와의 일문일답. - NSLC의 창의인재 육성 전략은?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학구열이 높은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조차 성장해가면서 이탈자가 늘어나 이공계에 진학하거나 과학기술계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더욱 적어진다. NSLC는 교사들의 창의교육을 통해 5~11세 때부터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인재 풀을 넓히려고 한다. 이것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배출되는 창의인재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 영재의 창의교육은 일반 학생과 달라야 하나? ▲그렇다. 영재의 창의교육이 일반 학생과 같으면 쉽게 흥미를 잃는다. 즉 영재의 창의교육에는 좀 더 광범위한 사고를 발산할 수 있는 창의리소스와 교수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NSLC도 이를 위해 영재교육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 중이며, 여기에서는 통상적 교과 범위를 벗어난 복잡한 개념들까지 다루고 있다. - 학생 외에 일반인의 창의성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물론이다. 교육 수준이 낮았던 200년 전에는 교육을 받은 일부 권력자의 판단을 대중이 믿고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구성원 전체가 복잡한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창의성을 지녀야 한다. - NSLC 연수에 해외 교사들도 참가할 수 있나? ▲NSLC와 지역 센터를 통틀어 연수를 받는 교사는 연간 3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중국,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해외의 교사들도 포함돼 있다. 내년 3~5월에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약 30여명의 한국인 교사들이 처음으로 NSLC를 방문, 10일간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 아직 한국에는 창의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정부, 학교, 학부모들에게 어느 정도 확신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시범학교를 선정, 창의교육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도 이 방법을 거쳐 창의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이 창의교육을 좋아하고 열의 또한 높아진다면 가시적 성과가 적더라도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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