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식 뷔페 사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노일식 롯데리아 대표는 이 같이 약속했다. 첫 매장 개점만 남겨두다시피 한 사업을 막판에 접겠다는 뜻밖의 이야기였다. 롯데리아는 이르면 이달 첫 한식뷔페 매장인 '별미가'를 열 계획이었다.
롯데가 국내에서 한식뷔페 사업을 중단키로 한 이유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롯데는 올 초 한식뷔페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샀다.
롯데는 이와 관련해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지난 7월께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변수가 됐다.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롯데는 해외에서만 한식 뷔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의 '여론 살피기'는 이뿐 아니다. 롯데쇼핑은 15일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의 한 건물에 대한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 신청을 취하했다. 롯데쇼핑은 남악신도시의 마트·아울렛 개점 계획을 추진해왔으나, 목포 등 주변 소상공인들의 반대를 받아왔다.
롯데상사도 앞서 경기도 안성의 쌀 도정공장 사업을 중단할 의사를 밝혔다. 김영준 롯데상사 대표가 도정공장 사업과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감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받자 "농민이 반대한다면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대규모 도정 시설에서 자체 상표 쌀을 생산에 롯데마트 등의 계열사로 유통하겠단 계획도 덩달아 무산됐다.
롯데는 사안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 여론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여론이 기업 경영을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와 "롯데가 여론의 눈치를 너무 지나치게 본다"는 말이 공존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롯데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재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지역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했다. 롯데제과·롯데호텔·롯데백화점 등 계열사 20개와 우수 협력사 6개 등 26개사가 참여해 참가 기업 수로는 여타 박람회 참가 기업 중 가장 많았다. 하반기 공채도 전년보다 100명 늘어난 1,400명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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