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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에 돈 몰린다] 성장수단 활용땐 약 머니게임 전략땐 독
입력2003-07-07 00:00:00
수정
2003.07.07 00:00:00
이규진 기자
세계적인 소프트웨어회사인 오라클이 지난달초 경쟁업체인 피플소프트를 63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굴지의 거대기업 오라클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다른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라클이 공격적인 M&A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 척 필립스 오라클 부사장은 지난 6월말 영국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숙적인 SAP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전과는 달리 한국 기업들 역시 M&A에 적극적이 됐다. M&A가 기업성장과 구조조정, 그리고 신사업 진출의 지름길이란 인식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웬만한 중소ㆍ벤처기업 사장들은 M&A를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98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벤처기업들이 실력에 따라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활기를 띠고 있다. KTB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기업 90여개와 장외기업 2,000여개가 매물로 나와있다.
심지어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적대적 M&A까지 등장,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뺏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M&A를 빙자해 시세조종 등을 하는 머니게임이 판을 치고 있다. 결국 M&A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셈이다.
◇기업성장ㆍ구조조정 지름길=지난 5월말 현대투신ㆍ한양ㆍ키움닷컴증권 등은 일제히 코스닥기업인 써니와이앤케이를 매수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중 현투증권은 `흙속의 진주`라는 화려한 수사와 함께 `강력매수`할 것을 강조했다.
써니와이앤케이가 유명 온라인게임인 라그나로크와 캔디바로 1분기에 매출 80억원과 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난 2001년까지 신발제조업체인 써니상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001년초 게임 퍼블리셔업체인 와이앤케이는 써니상사를 전격 합병한 뒤 회사내용을 깡그리 바꿨다. 사양산업인 신발공장을 처분, 게임퍼블리싱(기획ㆍ마케팅)업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또다른 코스닥기업인 플레너스는 기업합병을 전략적으로 활용,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체인 플레너스(구 로커스홀딩스)는 2년 전부터 관련업체인 싸이더스ㆍ예전미디어ㆍ손노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아울러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최대의 영화 배급려╂芳瑛?시네마서비스를 합병했고, 지난 5월에는 게임포털업체인 네마블과도 합쳐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업에 진출했다.
◇적대적 M&A, 부실경영 심판=강제로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적대적 M&A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벤처기업이자 부실경영으로 지탄을 받던 새롬기술의 오상수 전 사장은 결국 지난해 12월 지분경쟁에 나선 2대주주인 홍기태 사장에게 경영권을 강제로 내줬다. 새롬기술은 현재 프리챌을 인수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가 영국계 투자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 사실상 적대적 M&A 공격을 받고 있는 것도 주목 할만 하다.
◇M&A악용 작전ㆍ횡령도=기업성장의 동력인 M&A는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머니게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상장ㆍ코스닥기업 7개사를 인수한 뒤 M&A 재료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려 47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이성용 전 휴먼이노텍 대표를 비롯한 23명과 H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최대주주가 바뀐 심스밸리와 올에버, 화인썬트로닉스,텔넷아이티 등은 새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횡령하는 바람에 기업이 크게 부실화 됐다. 결국 심스밸리ㆍ올에버ㆍ화인썬트로닉스는 부도가 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외에 최대주주가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회사로 하여금 부실한 투자기업을 인수토록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회사의 공금으로 최대주주의 개인적인 투자손실을 메꿔주는 것이다. 또 상속세를 피하거나 돈세탁을 위해 경영의사도 없이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는 등 M&A를 둘러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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