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퍼스트(First)에서 모바일 온리(Only)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혁신의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앞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모바일의 비중이 한층 높아져 모든 생활이 모바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것이다. 19일 새누리당과 미래창조과학부가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런 모바일 중심 사회로의 변혁을 반영한 것이다. 모바일은 곧 데이터 사용의 폭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소비자들의 통신소비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런 소비 행태를 감안해 음성 위주의 요금체계를 30여년 만에 데이터 위주로 바꾼 '요금혁명'"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함께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을 당초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겼다. 통신사들은 반강제적으로 요금을 낮췄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수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가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유지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통사들의 투자비 충당이라는 명목으로 도입된 기본료는 4세대(LTE) 이동통신 구축이 완료되면서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대리기사·영업사원 등에 유리=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핵심은 음성과 문자가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월 2만9,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5만대 요금제에서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던 기존보다 2만원 이상 요금이 내려간 셈이다. 주 수혜층은 음성통화가 많아 데이터가 남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5만원 이상의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한 고객들이다. 음성 사용량이 많은 영업사원, 대리기사, 콜센터 개인상담원, 주부, 중장년층 등 30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미래부는 예상했다. 예컨대 음성 사용량은 많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적은 고객이 기존 5만1,000원 요금제에서 2만9,900원 요금제로 갈아타면 2만1,000원가량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해외출장이 잦은 직장인 등 국제전화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주 수혜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다음카카오의 보이스톡 등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기존 음성통화 대신 m-VoIP로도 마음껏 통화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의 경우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젊은 층의 경우 현재 대부분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출시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년 약정이라는 조건을 없앤 것도 특징이다. 약정이 없는 만큼 약정위반 시 위약금도 없어 이통사 갈아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미래부는 "약정부담 때문에 무약정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해온 233만여명이 연간 3,6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대폰 구입 시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 추가 요금할인 20%를 받는 '선택요금제'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적용된다.
◇데이터 요금…해외보다 저렴…모바일 생태계 혁신 유도=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비용을 해외보다 싸게 책정했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의 경우 1GB 데이터당 30달러(약 7만5,000원)의 요금을 추가 부과하는 반면 국내 가입자는 6,000원가량만 더 내면 된다. 10GB 이상 사용 구간에서는 국내 이통사의 요금이 총 5만~6만원, 버라이즌은 120달러(약 14만~15만만원)가량이다.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시장의 중심축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옮아가면서 '데이터=돈'인 시대가 도래하면 이에 발맞춘 혁신적인 콘텐츠와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이 대표적인 유망 사업으로 꼽힌다. 이통사도 요금 위주의 수익구조를 콘텐츠와 서비스 등 탈통신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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