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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문화 미리 대비해
입력2003-09-05 00:00:00
수정
2003.09.05 00:00:00
주5일제 근무를 둘러싸고 한바탕 법석이 벌어지고 있다.
주5일제 근무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경제적인 손익의 계산과 형평을 둘러싼 논쟁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계산과 더불어 주5일제가 몰고 올 문화적 충격 역시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산업자본주의 체제에 살면서 우리가 길들여져 온 삶의 법칙 가운데 중요한 것이 시간과 일의 숙명적인 맞짝 관계였다. 시간으로 측정된 일, 시간으로 나뉜 생활, 시간으로 칸막이된 생애주기 따위가 그런 것이다. 그러나 분명 시간의 율법이 다스리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느리게” 혹은 ”빠르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뜨는 세상이다.
주5일제 역시 그런 일과 시간의 끈질긴 동거 관계가 마감되는 시점에 튀어나온 것이다. 주5일제란 단순한 산수로 셈하면 하루의 일을 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하루의 일을 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일의 관계가 느슨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표준화된 시간의 분배에서 벗어난 삶을 살게 되었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닷새만 일해도 될 만큼 기술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늘어나서 주5일제가 실현된 것은 아니다. 생산성만큼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면 우리는 아마 일주일에 몇 시간 만 일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야 한다. 주5일제는 시간을 바라보는 틀이 달라지면서 생겨난 결과이다. 따라서 주5일제가 융통성 없는 주일과 주말의 시간표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몇 주씩 몰아쉬고 몇 주는 주말에도 일하는 아니면 그 이상도 가능한 시간표를 생각해야 한다. 하루 더 늘어난 시간이 그저 이틀의 일요일에 머문다면 주5일제는 공휴일이 하루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늘어난 시간이 다른 삶을 추구하는 시간이 된다면, 주5일제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주5일제가 새로운 삶의 질을 만들어내도록 새로운 시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하루 더 방에서 뒹굴며 낮잠을 잘 시간을 얻은 것일 뿐이다.
<서동진(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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