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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리스크에 엔고 급진전

달러당79엔대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br>시장에서는 '8월 엔고설'까지…기업 부담 증폭

유럽 재정위기의 불똥이 일본에까지 튀었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자 유럽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자금이 일본 엔화로 몰리면서 엔화가치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 12일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단숨에 달러당 79엔대로 치솟으며 지난 3월 대지진 직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 들어 달러당 80엔선을 무너뜨린 엔화가치는 이후 한때 달러당 79.17엔까지 올라서며 대지진 직후 주요7개국(G7)의 엔화매도 개입이 이뤄졌던 3월18일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로화 대비로도 1유로당 109.58엔을 기록하며 3월1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엔화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미 경기회복 기대가 꺾인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까지 번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외환시장에서 엔고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엔화강세가 진전되면서 올 하반기 이후 엔화약세를 기대했던 일본 수출업계의 부담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를 계기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채매입이 끝나면 7월부터는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강달러ㆍ엔저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과 유럽 위기확산으로 엔화가 대지진 이래 강세로 돌아서면서 가뜩이나 전력난과 생산악화에 시달려온 일본 기업들은 최악의 엔고 부담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외환시장에서는 '8월 엔고설'마저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이 외환증거금(FX) 거래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오는 8월1일부터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 일명 '와타나베 부인'들의 외환거래가 줄어들면서 엔고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수법을 일삼는 와타나베 부인들은 엔화강세장에서 엔화를 팔고 외화를 사들여 엔고를 저지하는 데 한몫을 해왔지만 8월 이후 규제가 강화돼 이들의 시장참여가 줄어들면서 엔화가 지금보다 오름폭을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시장 동향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앞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시장 움직임과 관련,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시장개입에 나설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가 이날 오후 엔고가 급진전되자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으므로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우왕좌왕하느라 환율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것으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3월 대지진 직후 가파른 엔고현상이 나타나자 일본 정부는 이례적인 G7 공조개입을 이끌어낼 정도로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었다. 니혼게이자이는 "하반기 엔화약세 시나리오가 붕괴되면서 엔고가 또다시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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