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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철길의 변신… 레일 바이크로 돌아오다

'정선 레일바이크' 매년 30만명 이상 방문 지역경제 효자

부산·김해·전주 등 지자체 '제2 정선' 꿈꾸며 사업 잰걸음

자금 회수 기간 길고 지역마다 난립 땐 공급 과잉 우려도

산책로·풍물시장·자전거길·태양광발전소로 활용도 늘어



"오늘 표는 모두 매진됐습니다."

지난 8일 오후1시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정선 레일바이크 사업장. 50대 남성이 예매창구에서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가족과 함께 레일바이크 체험을 하러 왔지만 표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레일바이크 입장권은 인터넷과 현장 예매로 절반씩 판매하는데 현장 예매는 당일 표만 판매한다. 그는 "표가 이렇게 빨리 다 팔릴 줄 상상도 못했다"며 "내일 아침 일찍 와서 표를 다시 끊어야겠다"고 말했다. 7~8월 성수기에 정선 레일바이크 현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만 수십 명이 넘는다. 박종해 코레일관광개발 정선지사장은 "오전8시에 예매창구가 문을 여는데 전날 밤부터 대기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요즘 같은 때는 예매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 정도"라고 설명했다.

레일바이크는 2005년 6월 정선군과 코레일·코레일관광개발이 손을 잡고 처음으로 선뵀다. 석탄회사의 폐업 등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되자 정선군이 적극 나선 것이다. 관광자원을 늘려 대체산업을 키우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정선선 구절리역부터 아우라지역까지 7.2㎞의 폐선 구간을 활용하자는 생각은 모험에 가까웠다. 첫해 이용객은 2만8,000여명. 12명의 직원에 대한 인건비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이후 매년 1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2006년부터 대폭 증가했다.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소개돼 입소문을 탄 것이다. 이후 이용객은 세월호 여파가 발생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30만명을 넘었다.

레일바이크는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줬다. 레일바이크가 생기기 이전인 2004년 구절리역 인근의 숙박업소는 한 곳뿐이었다. 레일바이크가 설치되고 매년 30만명이 넘는 이용객이 찾게 되면서 숙박업소는 1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음식점·커피숍 등 상가들도 계속 생겨나면서 이 일대가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됐다.

백호민 강원도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주무관은 "탄광산업이 활발하던 당시 구절리는 주민도 많고 돈도 풍부한 마을이었는데 석탄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폐가와 폐선로만 남게 됐다"며 "레일바이크는 폐허에서 새로운 경제활력을 이끌어낸 마술 같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철길을 재활용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2의 정선 바이크'를 꿈꾸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지난달 철도 폐선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고 기부채납 등의 형태로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자체들이 적극 나선 것이다.

전국의 폐선부지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631.6㎞ 구간의 1,260만㎡이던 폐선부지는 오는 2018년께 820.8㎞, 1,75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대로 방치하면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는 땅이 폐선부지로 버려지게 된다. 폐선부지가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철도시설공단에서 구불구불했던 기존 선로를 직선화하면서 기존선 구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폐선부지는 여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이해관계로 인한 대립이 가장 적은 것이 공원·산책로 혹은 자전거길 조성이다. 지난해 완공된 경의선 서울시 구간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457억원을 부담해 용산문화체육센터부터 가좌역까지 약 6.19㎞ 구간을 공원화했다. 경춘선 대다수 구간과 중앙선 팔당~양평 구간은 자전거길로 변신했다. 중앙선 남양주시 팔당대교부터 양평군 양근대교까지 자전거도로 26.8㎞ 구간의 경우 239억원을 투입해 조성됐고 현재 전국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러 사람들이 찾고 있다.

부동산 등 임대수익을 창출하거나 태양광발전 등 지역 공동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경춘선 김유정역~춘천역 구간은 풍물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중앙선 지평역~양동역 구간, 고명역~도담역 구간 등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공공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제2의 정선 레일바이크'를 꿈꾸며 수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는 동해남부선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부터 옛 송정역까지의 9.8㎞ 구간 중 절반가량을 공원화하고 해안을 낀 미포부터 옛 송정역까지의 4.8㎞ 구간은 민자를 유치해 개발할 계획이다. 민자 구역은 철도시설공단이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상업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남 김해시 역시 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폐선을 활용한 '낙동강레일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역시 아중역 인근 폐선부지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할 계획을 고려하고 있으며 충북 옥천군도 옥천읍부터 삼청리 구간에 레일바이크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꿈꾸는 '제2의 정선 레일바이크'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정선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레일바이크는 단기간에 성과를 끌어내기 힘들다.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자금회수 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정선 레일바이크의 경우 정선군이 100억원을 투자했고 10년이 지난 현재 50%가량을 회수했다. 박 정선지사장은 "레일바이크는 성수기와 비수기 수요가 확연히 구분되며 하루 최대 이용객이 한정돼 있는 만큼 지자체가 투자한 금액을 100% 회수하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다만 정선군처럼 지역 개발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제효과를 고려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공급과잉이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레일바이크에 열을 올리면서 일부 특색 있는 레일바이크가 아닐 경우 운영비도 감당하지 못할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백 주무관은 "정선 레일바이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우후죽순 생겨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우며 주변 경관, 독특한 콘텐츠 등 이용객의 관심을 끌 킬러아이템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까지 지자체로부터 폐선 활용방안 제안서를 받은 뒤 10월께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활용심의위원회에서 적정성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폐선 개발은 활용가치가 있고 사업성 요건에 맞아야 하며 주민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공원과 같이 공공성이 높은 활용방안은 요건만 갖추면 허가할 수 있지만 상업개발 시설은 재원 등 다양한 요소를 면밀히 살핀 뒤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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