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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옌지 시내에서 15㎞ 가량 떨어진 차오양진에 위치한 차오양소학교. 13일 잘 정돈된 옌지 시내를 빠져 나와 도착한 이곳 농촌마을에서 삼성이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방학인데도 학교 3층 ‘스마트교실’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40여 대의 컴퓨터에 쓰인 ‘노력은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다’라는 한글 문장이 위기에 처한 조선족 교육의 희망을 보여줬다.
지난 2010년 중국삼성의 빈곤지역 학교 건설 사회공헌활동(CSR)인 희망소학교 사업 일환으로 지어진 차오양소학교는 2014년 중국삼성의 후원으로 스마트교실의 문도 열었다. 스마트교실에는 학생들이 정보통신(IT)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일체형 컴퓨터와 빔 프로젝트 등 각종 IT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한참동안 뒤에 서 있는데도 꿈적도 하지 않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던 리정은(9) 학생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글 교육 담당 교사인 최경옥씨는 “한글 교육이 참 어려운데, 컴퓨터를 활용하니까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다”며 “한글 자판이 없는데도 하루면 다 외울 정도로 아이들이 열성”이라고 말했다.
옌볜 조선족의 최대 고민은 자녀 교육이다. 조선족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면서 조선족 학교가 통폐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족교육도 뒷전이다. 여기에 부모가 도시로 나가면서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조손가정과 류수아동(홀로 버려진 아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최씨는 “학생의 60%가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다”며 “학교가 한글과 민족 정체성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중국삼성은 옌변 조선족자치주 학교들의 교육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교실과 한글 도서기증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도 차오양소학교에 1만위안(약 180만원)에 해당하는 분량의 한글 도서를 기증했다. 대학생들에게 방학 중 과외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을 방문하는 김재혁(12) 학생은 어떤 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자기계발서”라며 “빨리 성공해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중국삼성의 희망소학교 149곳이 세워졌고 교육 봉사활동 프로그램인 ‘서부양광’의 혜택을 받는 아동이 2만 여 명을 넘어섰다.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중국 인민에 사랑 받는 기업,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낙후지역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더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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