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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에 브레이크를 걸어라
입력2001-11-13 00:00:00
수정
2001.11.13 00:00:00
로버트 라이시 지음, '부유한 노래'흔히 21세기는 신경제 시대로 지칭된다. 대량생산에 의한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그리고 그에 따른 주기적인 불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시대이다. 물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당 좌파를 대변하는 진보적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는 자신의 저서 '부유한 노예'에서 인터넷이 주도하는 '신경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인터넷을 매개로 직접 소통하는 이 시대에는 과거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병목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예측하는 신경제는 '구매자의 천국'이다. 판매자들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구매자들은 전례 없이 유리한 조건에서 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자임과 동시에 판매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구매자의 천국'은 곧 '판매자의 지옥'을 뜻하게 되며, 거의 모든 경제활동 인구들이 생계를 위해 조바심 내는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경제 시대의 딜레마이다.
책은 신경제가 후기 자본주의보다 더욱 풍요로운 사회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다 높은 소득으로, 질 높은 소비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다. 삶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분화 역시 격화된다. 극심한 경쟁 탓에 현재의 수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극한에 달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거리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이 벌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 한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이 시대에는 조직의 성공도 개인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때문에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쌓아야 하고, 끊임없이 소개되는 신기술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 고달프기 짝이 없는 일상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이 시대 경제활동인구의 전형을 '딩크족'에 빗대 '딘스(DINS)족'이라고 지칭한다. 'Doubble income, No sex', 즉 침대에서의 사랑조차 상실한 맞벌이 부부들이다. 돈벌이는 맹목적이고, 삶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사람들의 삶은 오히려 더 가난해 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 대부분을 생계를 위한 일에 바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이다. 또한 가족, 친구, 지역사회라는 수많은 관계를 조금씩 포기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게 현 시대의 숙명이다.
이 책의 저자 라이시는 이러한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진 일화를 갖고 있다. 빌 클린턴의 첫번째 대통령 당선과 함께 경제정책 인수팀을 이끌었고 새 행정부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했던 저자는 일의 속박을 던지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일에 매몰돼 가족과 친구들을 상실해 가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암담하기 이를 데 없는 신경제 사회의 부조리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저자는 "신경제의 맹목적인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속히 사회적인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균형잡힌 사회를 건설해 나가지 않으면 그의 말처럼 머지 않아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지옥'으로 빠져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지역사회보험 설립,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빈곤지역에 대한 주거비 지원 등 라이시가 내린 구체적 처방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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