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의 산업생산이 1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반등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제조업 경기가 지난해 11월에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31일 일본의 지난 2012년 12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대에는 못 미치지만 2011년 6월 3.8%를 기록한 뒤 가장 큰 증가폭이다.
경제산업성은 생산기조 판단을 종전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에서 '하락세가 멈출 조짐이 보인다'로 11개월 만에 상향 조정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등 운송기계 부문의 생산이 6.9% 증가하며 산업생산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의 여파로 전자부품 및 장비 생산이 5.3% 줄어들면서 상승폭이 당초 예상을 밑돈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다소 실망감을 내비치면서도 앞으로 엔저 효과가 가시화하며 제조업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함께 발표한 제조업생산예측조사 결과 기업들은 올 1월과 2월에 각각 2.6%와 2.3%의 생산증대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성은 올 1~3월의 산업생산이 전분기 대비 5.5%의 급증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마넥스증권의 무라카미 나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다소 밑돌았지만 지난해 11월을 저점으로 하는 생산회복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국의 반일시위 등에 발목이 잡혔던 일본이 뒤늦게나마 글로벌 경기회복 조류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 급진전되고 있는 엔화약세와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부양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의 경영활동 개선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ㆍ재생담당상은 10조3,000억엔의 재정을 투입하는 아베 정권의 긴급경제대책이 오는 4월 무렵부터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은행을 앞세운 양적완화도 앞으로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근 2개월여 동안 달러화와 유로 대비 각각 15%, 22%가량씩 급락한 엔화가치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려 제조업 경기회복을 이끄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수출 대기업들은 엔저 추세를 반영해 올해 실적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카메라 등 정밀기기 업체인 캐논은 30일 엔저 효과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6%, 순이익은 14%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요타그룹의 경차 제조업체인 다이하쓰공업은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780억엔에 달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이날 내놓았다. 이는 종전 예상치보다 80억엔 늘어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이와증권은 현 회계연도 중 일본 200대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전년보다 2배가량 높은 13%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정부의 기조판단이 신중한 표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기업의 생산계획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데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반도체 제조장치 대형 수주라는 일회성 요소가 반영돼 있다며 시장 일각에서 "실질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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