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별인터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 창간기획<br>"은행들, SK처럼 색깔 있는 사회공헌 모델 만들어야"<br>자산건전성 분류·대형PF 부실평가 대형저축銀 이라고 예외둘 수 없어<br>금융권 고졸 채용 바람 확산되려면 금융 특성화高 등 교육시스템 필요


시작은 강렬했다. "금융감독원이 한국 금융의 종결자가 돼야 한다"는 권혁세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은 역대 어느 금융수장의 말보다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전직(前職) 수장들의 업보가 옥죄었다. 감독원이 행한 오류를 오롯이 짊어지고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었다. 그렇게 100여일이 지난 뒤, 권 원장이 이제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인사ㆍ조직개편에 이어 최근에는 소비자 보호를 들고 나오면서 '따뜻한 금융'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언론과의 접촉도 시작했다. 27일에는 서울경제신문 창간 51주년을 맞아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다. 공식 인터뷰는 취임 후 처음이다. 권 원장은 "일이 많아 멍하다"면서도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은행권의 문제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금융권의 현실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가 먼저 꺼낸 것은 사회공헌활동. 권 원장은 "은행들이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지만 장학사업을 했던 SK그룹처럼 확 떠오르는 게 없다"며 "은행별 특색을 갖춘 '브랜드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슈화한 불합리한 금리ㆍ수수료에 대해서는 "예금담보대출 연체이자 등을 포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상품은 물론 금리별로 찾아볼 것"이라면서 "다음달 중순께 개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SK에 배워라… 아직 잔치 벌일 때 아냐" 권 원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점은 금융권의 기본 자세였다. 무엇보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것. "은행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 투입 등 수혜를 입었어요.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SK그룹의 '장학퀴즈'다. 국민들 입에서 SK그룹 하면 "장학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SK는 색깔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는데 은행들도 특색이 있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딩뱅크라는 KB금융그룹도 사회공헌사업 하면 생각나는 게 없어요. 딱하고 떠오르는 게 있어야 이미지에 좋은데….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데는 이런 이미지가 힘이 된다고 봐요. SK가 이동통신사업을 따내는데 이미지가 나빴으면 가능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기업 이미지야말로 가치고 자산이지요. 그런 것을 잘 가꿔나가는 게 어떤 마케팅 활동보다 낫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은행들은) 좀 아쉬워요." 이는 자연스럽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배당 얘기로 넘어갔다. "전세계 당국이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어요. 바젤Ⅲ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 지주사들은 국제기준을 겨우 맞출 정도로 낮아요. 배당보다는 좀 더 자본확충을 해야 해요. 유럽 재정위기도 안심할 수 없어요. 은행들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마련 한 게 불과 2~3년 전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좋지 않고 가계부채가 800조원이나 되는데 은행들이 이익이 생기면 좀 더 내부유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는 이익이 나면 금리도 좀 깎아주고 하는 것을 바라지 않겠어요. 은행이 이익 났다고 배당으로 잔치를 벌일 때는 아닙니다." "저축銀 깐깐하게 볼 것… ELW 조기수술 못해 아쉬워"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경영진단의 강도가 상당히 셀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이 정도는 봐줬는데 이제 왜 엄격하게 하느냐 얘기해요. 하지만 과거에 본 게 잘못됐는데 그것을 계속 봐줘야 하느냐, 이것은 문제지요. 결국 자산건전성 분류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평가가 중요할 거예요. 저축은행들도 중앙회를 통해 (강도를 낮춰달라고) 건의하지만 시각차가 있어요." 금융당국은 지난 5일부터 금감원ㆍ예금보험공사ㆍ회계법인 인력으로 구성된 20개 경영진단반(약 340명)을 85개 저축은행 진단에 투입해 경영진단을 벌이고 있다. 자체 정상화가 불가능할 경우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 관심은 경영진단 후 단행될 조치, 특히 대형 저축은행을 수술대에 올릴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단호했다. "대형이라고 예외를 둘 수는 없습니다. 감독당국에서 발표한 기준에 맞춰 원칙대로 갈 것입니다." 저축은행의 재무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뭐라 말하기에는 조금 일러요. 다만 판단기준은 모든 저축은행에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나는 억울하다' 같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가능한 한 경영진단에 균질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번 경영진단이 끝난 후에도 추가로 연장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자본시장 이야기로 이어갔다. 최근 증권시장의 최대 화두는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매매 의혹과 증권사 사장들의 검찰 소환. 권 원장은 제도개선 측면에서 실기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ELW는 조금 더 일찍 제도개선을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지난해 ELW제도를 개선하자고 해서 업계의 의견수렴도 했는데 갑자기 규제하면 시장이 위축된다고 해 좀 늦어졌어요." 하지만 확실히 고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권 원장은 "일반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안 되는 부분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좀 더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환차액거래(FX)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FX시장도 보완해야 합니다.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소액투자자는 물론 일반투자자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 "사외이사 역할 재정립… 검사결과 이사회서 브리핑" 반복되는 '거수기' 사외이사 문제와 관련, 제대로 짚고 갈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먼저 흥국화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운용이 중요해요. 어떤 사람을 뽑아도 누굴 뽑느냐, 또 선발절차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외이사나 준법감시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를 바로 이사회에 브리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가운데 어디가 먼저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검사 결과를 검사담당 국장이 이사회에 직접 브리핑하도록 할 것입니다. 감독원에서 검사해보니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사외이사들도 알 수 있게 하면 감사가 왜 이런 걸 못 봤느냐는 등의 내부지적도 자연스레 나오지 않겠습니까. " "금감원도 고졸채용… 금융전문대학 설립 필요" 고졸사원 채용 문제로 화제를 돌려봤다. "우리(금감원)도 고졸 출신을 뽑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민원이나 직원연수 부분에서는 고졸직원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레 금융권의 임금체계로 이어졌다. 창구직 직원(텔러)의 임금이 높다는 지적에 "임금구조가 획일화돼 있다"며 "담당 업무에 따라 조금씩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텔러로 고졸을 뽑았을 때 임금구조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은행들이 텔러를 대졸로 바꾼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이었어요." 권 원장은 특히 금융전문 학교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졸 출신들이 금융회사에서 착근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고졸사원 바람이 확산되려면 학교가 필요합니다. 금융전문대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금융전문 특성화고도 생길 수 있을 것이고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