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가모델연구모임(대표의원 남경필) 초청 강연에서 여야 대치로 인해 국회 법안 및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 헌법에 국회 해산제도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5년 단위 대통령 단임제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권한 분배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강연에 참석한 대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 2년 5개월간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대체로 온건하고 절제된 화법을 구사해왔다.
김 전 총리는 쟁점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강제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여야 합의로 정해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상과 현실(정치) 사이에 괴리가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던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그는 강연 도중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의견을 묻자 “오늘 같이 (강연하는) 역할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희망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공직 생활 경험을 살려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 해야겠지만 그걸 선출직을 통해서 할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출마를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직접 해석해달라”며 여지를 남겼다.
현재 새누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항마’를 물색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현역 최다선인 7선의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혜훈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 전 총리의 당선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이날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리의 강연 주제나 발언 수위 등을 보면 서울시장이 아니라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차기 대선 출마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