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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처우에 소득 양극화 "의욕 저하"

과학자들, 한창 왕성하게 연구 몰두해야 하는데…<br>정부 출연硏 13곳 평균연봉 4,200만~7,000만원<br>억대 연봉자는 ETRI·KIST등 몇곳에만 집중<br>"인센티브만 강화땐 기초연구자 더 소외" 지적도



국내 대표적인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재직중인 A(38)박사는 월급 명세서만 보면 가슴 한 구석이 늘 허전하다. 그는 한창 왕성하게 연구에 몰두할 시기인 경력 4년차 연구원으로 방사성 응용분야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두뇌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받는 보수는 국내 대기업 과장급 수준인 5,000만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20대 후반 일찌감치 금융기관 등에 취업해 승진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연봉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A박사는 "박사학위를 받기위해 일본에서 4년 가까이 1억원이 넘는 돈을 써가며 공부할 땐 이런 현실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혼자 벌어서 부모까지 모시며 살아가는 동료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과학자들이 처우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른바 연구과제가 많은 소수의 연구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 사이에 불평등이 크게 심화돼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기획예산처 '공공기관 알리오(ALIO)시스템'에 인건비 현황을 공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 순수연구기관 13곳의 정규직 종사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5,907만원으로 6,000만원에도 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주요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130개사)을 대상으로 최근 한 구직업체가 조사 발표한 대촐 초임 평균(3,218만원)보다 약 2,700만원 높은 수준이지만 출연연 종사자들 중 상당수가 박사급 인재들인 점, 그리고 이들의 평균 취업 연령대가 30대 중반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처우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관별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7,196만원)만이 유일하게 평균연봉 7,000만원대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어 전기연구원(6,889만원)ㆍ기계연구원(6,679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에비해 대표적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고등과학원의 경우 4,216만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핵융합연구센터(4,508만원)ㆍ천문연구원(5,041만원) 등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고등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타 기관에 비해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아 더욱 연봉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며 "이는 역으로 과학자들에게 제 2의 도약을 위해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토록 강요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6년말 결산 기준 기초ㆍ공공ㆍ산업기술 등 3개 연구회 소속 19개 출연연구기관 종사자 중 억대 연봉자는 총 608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6%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ETRI(98명), KIST(96명)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소수 출연연에 집중돼 있어 출연연 간 소득 격차가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시켰다. 평균연봉 하위권 기관인 천문연구원 등의 경우 지금까지 억대 연봉자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원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올해 국가연구개발(R&D) 사업 관리규정을 개정, 과제 인센티브의 50% 이상을 참여 연구원에게 보상하고 능률성과급 지급 차등폭도 지난해 평균 41% 수준에서 올해 50% 이상 확대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출연연 전반의 소득 증가효과가 나타나 연말까지 억대 연봉자가 1,000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 역시 대부분 기초연구보다는 응용연구 과제를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소수의 특정 출연연에 집중돼 양극화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다. 기초연구 중심의 한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과제중심제(PBS)가 정착되면서 상당수 출연연 연구자들이 인건비의 50%를 정부 재원이 아닌 연구과제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연구과제를 따내지 못하는 팀은 기본급조차 보장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PBS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이 인센티브만 강화하면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출연연 과학자들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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