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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생물학에 IT 접목…'맞춤 항암제' 상용화 눈앞


종양 억제 단백질 p53 구조.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약효 달라

유전자 분석으로 수학모델 만들고 알맞은 약물조합으로 치료효과 높여

유방암·폐암 등 대부분 암 적용 가능


세상에는 수많은 항암제가 있지만 환자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다. 같은 부위에 암이 걸렸다 하더라도 특정 항암제만으로 빠르게 치료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효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사람마다 암을 유발한 인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명체 안에 각각의 유전자, 단백질들은 끊임없이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한다. 항암제로는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만 치료할 수 있을 뿐 정작 암이 발생하게 된 본질적 요인까지 치료하지는 못한다. 현대 생물학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인 조광현(45·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는 이런 장벽을 깨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생물학의 범주로까지 끌고 온 국내 유일의 과학자다.

◇시스템 생물학을 연 장본인=그의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몸속의 생명현상을 분자 단위로 쪼개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수학 모델로 만들어낸다. 특정 환자만의 유전자를 분석해 '분자조절네트워크'를 수학 모델로 만든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최적의 약물조합을 찾는 방법이다.

조 교수는 "공학 분야에서는 수학 모델을 만들어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이 이미 여러 분야에 있는데 생물학에서는 이런 시도가 아직 많지 않은 편"이라며 "암에 걸린 사람마다 변형된 분자 네트워크가 모두 다른데 수학 모델과 컴퓨팅을 통해 그 사람만의 약물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최근 30여년간의 실험 논문을 일일이 찾아 암 억제 단백질인 p53에 대한 분자조절네트워크를 구성, 유방암 세포주를 대상으로 시험해 최적 조합을 찾는 데 성공했다. 암 유발 인자를 사멸시키는 표적 약물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율은 훨씬 올라간다.

아울러 표준 수학 모델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환자마다 조금씩 다른 점을 대입하면 금세 그 사람만의 모델이 된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관련 특허를 출원·등록 중이다.

조 교수의 연구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의 암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그는 현재 유방암뿐 아니라 폐암·대장암·골육종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법까지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나아가 p53뿐만이 아닌 모든 신호전달체계를 포괄하는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p53의 이상 증상을 넘어 암을 유발하는 모든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몇몇 대형 병원과 상용화에 대해 논의 중이며 협력 속도에 따라 현장 적용 시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 교수처럼 생물학에 IT·수학·물리학 등의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시스템 생물학이라고 한다. 시스템 생물학에 대한 개념은 1950~1960년대에 이미 제시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술 수준이 따라주지 못해 크게 각광 받지 못했다.

시스템 생물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된 시점은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발표 직후다. 게놈 프로젝트로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모두 공개되면서 생명현상을 복합체로 보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현재 신약 개발 확률 향상, 신약 재창출, 맞춤형 의료, 화장품·식품 개발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전통 학문 경계 넘나들어야=조 교수가 시스템 생물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1999년 즈음이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모두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공학도였던 그는 시스템 생물학이라는 용어도 모른 채 순수 호기심만으로 생명체에 제어공학적으로 접근했다가 지금의 길로 빠져들게 됐다. 관련 연구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독일·영국·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과 달리 그는 척박한 한국의 환경에서 10년이 넘도록 유일무이한 시스템 생물학자로 남아 있다.

조 교수는 "처음 생물학을 접할 때는 공학도다 보니 모르는 용어가 굉장히 많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처음에는 취미로 조금씩 생명체 연구에 관심을 두던 것이 지금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가 바이오 쪽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IT 쪽은 강하기 때문에 IT를 생물·의학에 접목시키는 산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시스템 생물학이 세계적으로 이제 산업화 문턱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실 KAIST 입학 당시만 해도 아인슈타인과 같은 순수 물리학자를 꿈꿨다. 그러나 초전도체 발견 등 1980년대부터 물리학계에서 응용 분야가 힘을 얻자 응용 연구를 할 바에는 최첨단인 전기·전자 분야의 제어공학을 하자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졸업 당시에는 전체 수석을 할 정도로 최고의 인재였다.그런 그도 IT와 생물학이라는 두 영역을 모두 다루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암 세포 사멸을 위한 분자조절네트워크 제어기술을 만드는 데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겪어야 했다. 그는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통 학문 경계를 넘나들고 집요한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조 교수는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전통적 과학 분야의 경계점에서 많이 생겼다"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호기심이 생겼다면 엉뚱한 도전도 마다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생명체의 근본적인 동작원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규명 및 제어하기 위해 수학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자세포생물학 실험기법을 융합해 접근하는 신생명연구 패러다임.

◇p53=종양 억제 단백질로 '게놈의 수호자'라고 함. p53에 결함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세포가 증식해 암으로 발전됨.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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