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4월 수익률 논란에 휩싸이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변액연금보험이 시중은행에서 사실상 퇴출의 길을 걷고 있다. 논란 이후 은행별로 10분의1 토막까지 곤두박질쳤던 방카슈랑스 변액연금보험 취급 건수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뢰도에 크게 흠집이 가며 상품을 찾는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은행 창구에서도 굳이 골치 아픈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역마진에 대한 우려로 은행 창구를 통한 일시납저축성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시중은행들과 보험사 간 알력도 변액연금보험 판매 추이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연간 수입 보험료만 10조원을 상회하며 대표 연금상품으로 자리매김했던 변액연금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이다.
◇시중銀, 변액연금보험 판매 지지부진=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의 변액연금 판매건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6만6,70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달(4만1,600건)보다 60.3% 급증한 수치다. 4월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을 제기하며 3만5,600건까지 급감했던 판매량이 어느 정도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생보사들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전체 변액연금 판매 채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시중은행 방카슈랑스에서는 변액연금 판매 추이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논란이 불거진 4월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주요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변액연금 취급건수는 667건이었다. 이는 바로 전달인 3월(2,275건)에 비해 4분의1 토막까지 줄어든 수치다. 7월에는 휴가철 비수기까지 겹쳐 3월 대비 10분의1 토막 수준까지 방카슈랑스 변액연금 판매량이 급감했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변액연금상품을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한다"며 "은행창구 직원들에게 상품 취급을 강제할 수도 없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변액연금, 못 파는 게 아니라 안 판다=변액연금 상품은 은행창구 직원들에게도 찬밥 신세이다. 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변액연금보험 판매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하고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은행원들도 취급이 부담스럽다.
은행 창구 직원들의 변액연금 기피 현상은 올해 3월부터 처음으로 방카슈랑스 판매 시장에 뛰어든 농협은행 사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농협은행은 3월 금융지주 출범 이후 10곳의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7월 말까지 농협은행의 전국 1,180개 영업점에서 판매된 변액연금 취급 건수는 53건에 불과하다. 변액연금을 단 한 차례도 취급하지 않은 영업점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권과 보험사 간의 알력이 변액연금의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7월부터 생보사들이 역마진을 우려해 은행 창구에서 일시납저축성보험 판매를 속속 중단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크게 급감한 시중은행들이 실력행사에 돌입했다는 주장이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거래 은행에서 일시납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한 후 최근 해당 은행에서 취급하는 변액연금 및 방카슈랑스상품 판매 건수가 줄었다"며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을 보험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