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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INSIDE] 브랜드 네이밍의 세계



돈되는 작명 브랜드네이밍의 세계 #1. 웅진식품의 차 음료 ‘하늘보리’. 하늘보리는 연 매출 200억원 남짓으로, 옥수수수염차(광동제약), 17차(남양유업) 등에 이어 3위를 달릴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케터들이 하늘보리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네이밍(Naming)을 꼽고 있다는 것. ‘하늘보리’란 제품명을 들었던 상당수 고객들이 맛을 보기 전부터 이름이 토속적이면서도 세련됐다는 이유로 호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하늘보리란 이름에는 ‘음의 기운을 띤 보리는 양의 기운을 갖고 있는 하늘을 향한다’는 ‘음양 오행설’이 녹아 있다. 제품명 자체에 음양의 조화가 깃든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하늘보리란 브랜드가 이름만으로 사람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었던 이유가 이해된다. #2. 롯데칠성음료의 효자 상품 ‘2% 부족할 때’. ‘사람의 몸에 수분이 2% 부족하면 갈증을 느낀다’는 데서 착안한 이 제품이 첫 선을 보였을 때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품명이 간결한 형태의 일반적인 브랜드와 달리 맺음이 불분명한 구문 형식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세간의 관심을 끌며 히트 상품 대열에 합류한다. 이는 제품명이 제품의 진면목을 감추고 고객의 궁금증을 자극한 덕분이었다. 당초 이 제품의 이름은 ‘체내 수분 2%가 부족할 때’였다. 그런데 ‘신비주의’ 전략으로 ‘체내 수분’이란 단어를 빼자, 오히려 주목도가 높아졌다.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대다. 이는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에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고뇌의 시간을 의미한다. 고객과의 첫 대면이라 할 제품 이름에서부터 강렬한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서지 못하면 브랜드 각축장에서 낙오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식ㆍ음료 분야 기업들이 브랜드 네이밍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한 식별 기능에서 더 나아가 제품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반영하는 총체이자,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가 돼 가고 있다. 중견 식품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 네이밍은 제품의 탄생 과정에서 화룡점정에 견줄만하다”며 “제품의 기능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규정하는 프리즘으로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장님이 직접 챙기는 브랜드 네이밍=브랜드 네이밍 작업은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 출시를 앞두고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제품 개발에 관여해 제품의 콘셉트 등 관련 정보에 밝은 해당 마케팅 팀에서 이름을 짓게 된다. 하지만 한 곳에다 네이밍 작업을 일임하면 아이디어 빈곤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팀에서 진행과는 것과 별도로 사내공모를 실시하는게 보통이다. 실제로 하늘보리, 2%부족할 때 등은 사내공모로 엄선된 브랜드다. 또 외부에 네이밍 작업을 맡기기도 하는데, 국내에는 네이밍 전문회사만 30~40개에 이른다. 최근 KT&G의 건강식품 분야 자회사로 출범한 KGC라이프앤진의 경우 네이밍 회사가 만든 대표적인 브랜드다. 네이밍 업체들은 주로 브랜드 네이밍과 함께 로고 디자인, 브랜드 컨설팅 등의 작업을 겸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표권 여부는 필수 점검 사항이다. 요즘 기업들은 1개 브랜드를 만들더라도 4~5개 브랜드를 등록하는 게 보통이라 상표권 관련 갈등은 증가추세에 있다. 네이밍 업체 메타브랜딩의 관계자는 “최근엔 식품 브랜드가 소프트해지고 설명형이 많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사내에서 자체 공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브랜드 론칭의 규모가 크고 중요하거나, 상표권 분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할 때에는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네이밍이야말로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라며 “경기가 나쁠 때는 신상품 론칭 자체가 없어 네이밍 의뢰가 없다시피 할 때도 있는데, 최근에는 식품 분야의 브랜드 관련 문의가 늘어 경기가 회복 중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브랜드가 회사의 상징처럼 자리매김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경영진의 애착도 남다르다. 최고경영자(CEO), 더 나가 오너들이 일일이 챙길 정도. 오리온 관계자는 “브랜드 자체가 회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고, 고객 반응이 좋으면 마케팅 비용 등도 절감할 수도 있어 브 랜드의 경우 최고위층까지 OK 사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브랜드 속에 트렌드가 숨쉰다=최근에는 제품명이 긴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웰빙 문화 확산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명에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담으려다 보니 서술형이 최적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 대상의 ‘우리 쌀로 만든 불타는 매운 고추장’, 풀무원의 ‘어린이와 여성에게 좋은 엽산 2.1배 풍부한 달걀’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숫자를 활용한 정보 제공도 적지 않다. 동서식품의 ‘맥심 아라비카 100’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만을 100%사용했다는 의미를 담았고, 농심의 ‘미인국수 275’는 저칼로리를 강조하기 위해 칼로리(275kcal)를 이름에 넣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음식을 손수 집에서 요리하겠다는 내식(內食)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른바 ‘엄마표 음식’식품이 뜨고 있는 것은 실례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의 ‘손에 달라붙지 않아 반죽이 쉬운 감자 수제비 가루’, 삼양사의 ‘큐원 인도식 커리와 갈릭난믹스’, ‘큐원 바로바로 웰빙 호떡믹스’ 등은 깐깐한 소비자의 구미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 곽정우 CJ제일제당 부장은 “긴 이름에는 상세한 제품 정보에서부터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성적 메시지까지 모두 담아 낼 수 있다”며 “특히 실속소비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긴 이름’제품이 히트 제품 목록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밍 마케팅의 명암=네이밍에서는 식상함을 벗어 던져야 브랜드로서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고정관념과 패턴을 깨는 것은 네이밍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브랜드를 한글로 만들더라도 한글에서 기대하긴 힘든 뉘앙스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네이밍 업계에게 잘 만든 브랜드로 평가 받는 패션가죽브랜드 가파치(CAPACCI)를 보자. 이 브랜드는 흡사 이태리 브랜드 같지만, 실상은 조선시대 가죽으로 꽃신을 만들던 사람을 이르는 ‘갖바치’에서 나온 국산 브랜드다. 한글에서 아이디어를 빌렸지만, 단아함 같은 느낌보다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말 브랜드의 익숙한 패턴을 답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의 뇌리에 각인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참신하고 의외성을 담은 브랜드가 성공한다는 얘기는 브랜드 시장에서도 기존에 성공한 브랜드를 모방한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정 브랜드가 히트 치면 비슷한 분위기와 형태의 브랜드들이 후광효과를 노리고 쏟아지는 것이다. 또 튀는 브랜드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장이 포화됐다는 말과도 맥이 닿아 있다. 최근에 창업한 고깃집의 상호를 보면 일견 고깃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호를 선택한 곳이 많다. 맛과 분위기는 ‘헬로우’, 가격은 ‘깡통’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쇠고기 구이 전문 프랜차이즈인 ‘헬로우깡통’, 좋은 품질의 고기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뜻을 담은 부속구이 전문점‘肉(육)값하네’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식품 업계 전문가는 “튀지 않으면 소비자의 눈길을 잡을 수 없다 보니 기발한 상호명의 브랜드나 1등 제품을 그대로 답습한 브랜드가 적지 않다”며 “마치 디자인에 열중하다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나오는 것처럼 내실에 보다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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