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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9월 28일] 내년 G20 정상회의 그리고 한국
입력2009-09-27 19:31:55
수정
2009.09.27 19:31:55
내년 11월 G20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3차 회의 참석을 위해 피츠버그에 모인 20개국 정상들은 G20정상회의를 연례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년 개최지로 한국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외교의 일대 쾌거이다.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선진국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은 것 같았던 우리의 위상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조정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정권교체기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국내경제의 산적한 난제 때문에 충분한 관심을 쏟고 있지 않던 미국과 금융규제강화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던 유럽을 설득해 지구촌을 강타하기 시작한 경제위기가 미증유의 대공황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비상수단을 동원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금 세계경제가 당초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하고 예상보다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G20정상회의에서의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주요국가들이 기민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위기 시에는 국내적으로는 서민들이, 국제적으로는 빈곤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 개도국을 대변해서 그들의 무역금융부족을 해소해주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재원확충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우리는 수출을 통해 세계 최빈국가에서 선진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자유무역의 소중함과 보호무역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뇌리 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나타났던 보호주의의 망령이 이번에도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선도적으로 모든 추가적인 보호무역조치들의 동결과 이미 시행된 조치들의 원상회복을 주창했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내년도 G20정상회의를 한국이 주최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계1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이 저력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보좌진들이 G20 차기 의장국으로서의 기회를 십분 활용한 덕분이다. 그냥 편안하게 선진국들이 정해놓은 의제에 대해 코멘트 해오던 소극적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관련국가들을 설득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새로운 외교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발로한 것이다. 이제 우리 외교가 G20뿐만 아니라 다른 무대에서도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바꿈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G20정상회의는 이제 연례적으로 열리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G7을 대신해 국제경제질서를 결정하는 중심기구가 될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탄생했으므로 위기 소멸과 함께 사라질지도 모르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느 정상모임들처럼 화려한 정치적 수사를 앞세우는 대신에 구체적인 수치목표를 제시하고 실천계획을 만들고 진행상황을 평가하는 실효성 있는 모임이라는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내년도 회의에서는 위기극복 이후의 세계경제에 관한 새로운 의제가 다뤄질 것이다. 우선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의 경상수지 흑자로 대변되는 세계경제불균형의 해소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가 커서 진전이 없었으나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에서는 내수촉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미국은 저축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정역할을 해서 내년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큰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간 균형은 물론이고 선ㆍ후진국 간 격차축소와 녹색성장 및 에너지 문제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 국제사회가 해결해나가야 할 최우선과제이다. 이 문제들은 이미 유럽연합(UN)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기구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왔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고 G7에서도 역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11월 G20정상회의에서 이러한 새로운 의제가 상정되고 의미 있는 돌파구가 열린다면 G20는 세계경제운영위원회로서의 지위가 굳어질 것이고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국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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