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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신경불이(信經不二)

한국 농업사에서 가장 큰 변화요인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90년대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 시작되면서 풍년농사를 오히려 걱정해야 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어왔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제일 처음 농협이 시도한 것이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이다. ‘우리 땅에 나는 것이 우리 몸에 좋다’는 의미의 신토불이는 곧 우리 농산물이라는 뜻으로 인식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어사전에 새롭게 실리기까지 했다. 다음으로 농업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것이 농도불이(農都不二)운동이다. 이는 도시와 농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다. 이 농도불이운동은 2003년부터 범국민적 농촌사랑 운동으로 승화돼 정부단체와 기업 등에서 농촌마을과의 자매결연을 맺는 1사1촌 운동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만4,000여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도농간 소득격차 문제로 고민 중인 중국에서 큰 관심을 갖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수입개방 이후 불거진 문제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信經分離)에 관한 사안이다.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이 들어오면서 국산 농축산물이 남아돌고 판로 문제가 급부상하게 됐다. 이로 인해 농협이 돈 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과 함께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은 신체의 혈맥에 비유된다.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도 바늘과 실처럼 떼기 어려운 관계다. 이름을 달리하면 신경불이(信經不二)라고나 할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 농산물을 지키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바탕이 되고 있다. 또한 섣불리 신경분리가 되면 우리나라와 같은 영세한 복합농구조에서는 자칫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이웃사촌 관계가 하루아침에 사돈의 팔촌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 신토불이ㆍ농도불이에 이어 불가피하게 신경불이를 내세우는 이유인 것이다. 신경불이에 더해 단순 경제논리로 ‘휴대폰 팔아 쌀 사 먹자’는 이들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지워지지 않는 문자 메시지를 날리고 싶다. “우리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상공업의 나라로 변해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소중한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다.”(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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