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4일 그동안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논란을 빚어온 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둘러싼 채권단의 신규자금 배분 기준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조선사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RG는 선주가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조선업체에 주는 선수금을 반환 받을 목적으로 은행이나 보험사에 가입하는 보증계약을 말한다. RG 갈등의 핵심은 보험사나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준 RG를 얼마까지 채권액으로 포함시킬지 여부였다. 이 금액에 따라 조선사 워크아웃시 지원되는 신규자금 지원이나 채무탕감 및 이자감면 등 채무재조정의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RG가 적은 금융회사는 RG 전체를 채권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RG가 많은 금융회사는 대출이 아닌 보증인 만큼 일률적인 채권액 편입은 부당하다고 맞서왔다. ◇선수금 받은 RG만 채권액으로 인정=당국은 이날 실제 선수금이 들어온 이른바 확정된 RG에 대해서만 채권액으로 봐야 하고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과 보험 등 채권단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지원 금융감독원 기업재무 개선정책관은 이날 “확정된 RG만을 신규자금 배분 기준이 되는 신용공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정하다”며 “채권단 간 이견을 조정하는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주가 1억달러 규모의 배를 발주하면 처음부터 한꺼번에 1억달러를 조선업체에 주지 않고 배가 최종 인도될 때까지 통상 4단계에 걸쳐 대금을 지급한다. 대략 각 단계마다 배 값의 25%씩 나누어 지급하는데 배가 최종 인도되기 전에 지급하는 3단계까지의 돈을 선수금이라고 하고 선주는 이 선수금에 대해 RG 보증을 드는 것이다. 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1억달러의 배에 선주가 7,500만달러의 RG 보증을 들고 실제 선수금은 1단계인 2,500만달러만 지급했다면 해당 보증 금융회사의 채권액은 실제 조선업체가 선수금을 받은 확정 RG 부분인 2,500만달러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 재보험이 갈등 불씨로 남아=하지만 보험사들이 RG에 대해 해외 재보험을 든 부분을 채권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당국은 이에 대해 기촉법상 해외 재보험사는 대상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재보험 부분을 채권액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워크아웃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는 RG의 80%를 해외 재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진세조선에 대해 RG 보험을 가지고 있는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확정된 RG 보험의 80%에 대해 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며 “이미 가입한 재보험을 고려하면 600만달러에 대해서만 채권을 보유하게 되지만 재보험 가입을 인정하지 않으면 채권보유 규모가 3,000만달러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보험사 재보험 부분 논란에 대해 채권단이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위원회가 조정 결정을 내리면 구속력을 갖는다. 하지만 채권단이 아예 조정신청을 거부하는 상태여서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을 내리기도 힘든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채권단의 조정신청 없이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에 나서더라도 현행 법규상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 의무가 없어 채권단이 자율 합의를 하지 않는 이상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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