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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불좀 꺼주세요'

「누가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다면.」 온갖 욕설과 불신,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의 내면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알수 있도록 겉으로 나타난다면…. 어찌보면 매우 섬뜩한 상상이다.2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는 「불 좀 꺼주세요」는 인간의 이중성에서 비롯되는 본능과 제도 사이의 갈등을 그린 연극이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본능과 그 본능을 억누르고 지배하는 사회적 제도의 부조화가 사람들을 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 연극은 제도에 얽매어 있는 「틀 안의 자아」와 본능에 충실하려는「틀 밖의 자아」라는 인간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정계은퇴를 선언한 국회의원 강창영은 친구의 아내이자 자신의 옛 애인인 박정숙을 찾는다. 박정숙의 거실, 두 남녀는 욕망과 제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서로 부둥켜안고 정신없이 뒹구는가 하면 이내 멀찌감치 떨어져 지극히 이성적인 대화를 주고 받는다. 무대에는 강창영과 박정숙의 분신(分身)이 함께 한다. 그러니까 주연배우는 두명의 본신과 두명이 분신 즉 모두 네 명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들 분신은 본신(本身)인 강창영과 박정숙의 「제도적인 언어」를 「본능적인 언어」로 풀어 보여준다. 강창영이 「사랑하오」라고 말하면, 분신은 「이 여자 참 ~」식으로. 분신들은 두 본신의 머릿속에 있는 자질구레한 일상의 생각까지도 말로 드러낸다. 본신과 분신의 교차하는 대사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연극을 정점으로 끌고 올라간다. 강창영이 평생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살인사건과 복잡한 가정사, 남편의 배신이후 지독했던 박정숙의 삶, 난마처럼 엉킨버린 두 사람의 고뇌는 분신과의 대화 속에서 해결점을 찾아나간다. 그렇다면 어떤 결말이 나오게될까. 두 사람의 분신(본능)은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박정숙의 분신의 마지막 대사는 「불 좀 꺼주세요」. 제도와 본능의 불일치가 깨지고 삶의 진실이 자유의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다. 하지만 본능과 이성(제도)의 경계가 깨진다고 삶이 위선의 굴레를 벗고 진실에 도달할수 있을까. 연극이 「본능과 제도의 일치⇒삶의 진실」라는 도식으로 결론지어지는 것은 예술적 상상력을 스스로 위축시키고 여운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호재(강창영)·권재희(박정숙)·남명렬(강창영의 분신)·장설하(박정숙의 분신) 등 역량있는 연기력이 돋보였다. 다만 속사포같은 대사를 매끄럽게 소화해 내기는 쉽지 않았던지 가끔 말이 꼬이는게 아쉬움이었다. (02)516-1501 문성진기자HNSJ@SED.CO.KR 입력시간 2000/03/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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