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에 이어 실물지표까지 얼어붙나.’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6월 및 2ㆍ4분기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심리지표가 실물지표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개월째 경기선행지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생산ㆍ투자ㆍ소비가 전반적으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고도 올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국내 건설기성 증가폭이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부진한 건설경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월드컵 특수 없었다”=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맥주 등 일부 소비 부문을 제외하고 월드컵 특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드컵 특수가 나타난 분야는 고작 맥주를 비롯한 일부 소비 부문뿐이다. 의료ㆍ신발 등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소비의 잣대가 되는 소비재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5.2% 증가했지만 지난 5월 5.8%에 비해 축소되는 모습이었다. 전월 대비로는 0.8% 증가했다. 그나마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전월 대비 5.9%, 전년동월 대비 12.2% 증가하면서 소비지표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승용차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3.8%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9월 -3.5%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6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 3개월 연속 하향곡선이다. 더구나 앞으로 8~14개월 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5개월째 하락했다. 경기 하강국면에 본격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강조짐 아니라 주장하지만=6월 산업활동 동향 성적표는 이처럼 초라하지만 정부는 경기가 하강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선행ㆍ동행지수 등 심리지표는 그렇더라도 생산ㆍ설비투자 등의 실물지표마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그렇다. 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1.2% 증가해 5월(1.8%)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 바람에 2ㆍ4분기 생산은 전 분기에 비해 0.4%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설비투자의 경우 전년동월에 비해 2.9% 증가하는 데 그쳐 5월에 이어 2%대 성장에 머무르고 있다. 건설 부문의 침체는 끝이 없다. 6월 국내 건설수주(경상금액)는 전년동월에 비해 7.7% 줄었고 2ㆍ4분기로는 14.1%나 감소했다. 토목 부문에서 6월 중 21.1% 줄었고 건축 부문도 3.4% 감소했다. 재고는 올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ㆍ기계장비ㆍ영향음향통신 등의 재고가 늘면서 전년동월비 7.6%가 증가했다. 생산자제품재고는 4월 전년동월비 3.5%에서 5월 4.9%, 6월 7.6%로 점차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경기 하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확장국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3ㆍ4분기에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았다. 최 국장은 “과거 경기확장기간은 통상 17~44개월, 평균적으로는 31개월이었다”며 “현재의 경기확장기간이 8~9개월밖에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둔화는 일시적이다”고 말했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도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으며 하반기 이후 경기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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