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국 눈높이 맞춰 우리만의 발전 노하우 전수해야<br>아프리카 자원개발등 中실리추구형 원조… 수혜국과 자주 마찰<br>원조받았던 경험 살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지원전략 마련을
| 라오스 비엔티안시의 시(SEA)게임 주경기장. 중국은 이 경기장을 무상으로 지어주면서 라오스 정부로부터 인근 습지개발권을 얻었다. 그러나 이주문제로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개발계획이 난항에 빠져 있다. 비엔티안=황정원기자 |
|
|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위치한 수파누봉대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이 지난 2007년 2,27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새 건물을 지어줘 이 학교는 신입생을 꾸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루앙프라방=황정원기자 |
|
SetSectionName();
[그레이트챌린지코리아] 세계는 지금 원조전쟁중
수혜국 눈높이 맞춰 우리만의 발전 노하우 전수해야아프리카 자원개발등 中실리추구형 원조… 수혜국과 자주 마찰원조받았던 경험 살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지원전략 마련을
베이징= 이병관 특파원 yhlee@sed.co.kr
하노이, 비엔티안=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라오스 비엔티안시의 시(SEA)게임 주경기장. 중국은 이 경기장을 무상으로 지어주면서 라오스 정부로부터 인근 습지개발권을 얻었다. 그러나 이주문제로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개발계획이 난항에 빠져 있다. 비엔티안=황정원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위치한 수파누봉대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이 지난 2007년 2,27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새 건물을 지어줘 이 학교는 신입생을 꾸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루앙프라방=황정원기자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4','default','260');
지난해 8월 중국 유력 경제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ㆍ남미 등 저개발 및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피폐해진 서유럽 재건을 위해 '마셜 플랜'을 추진했듯이 중국판 '마셜플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이같은 거대한 플랜은 중국 공산당의 공식 정책으로 발표되지 않고 정치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제기한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대외 원조정책이 얼마나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소위 '원조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경쟁적으로 후진국 지원에 나서고 있다. 빈곤퇴치를 위한 유럽 국가들의 인도주의적인 무상원조에서 자원획득 및 경제적인 실익을 꾀하는 원조까지 그 동기와 목적도 제각각 다르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지원 정도와 지원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비교해 원조를 선택할 정도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풍부한 자본, 인구를 앞세워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외원조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과 상시적이고 구조적인 협력채널 구축을 통해 수혜국의 경제발전을 유도하고, 결국 중국과의 끈끈한 경제블록 형성을 통해 '윈-윈'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에 누계로 303억6,000만달러(2008년 상반기 현재)를 지원했고 이중 44%인 133억5,000만달러가 무상원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자원이 풍부하고 개발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에 심혈을 쏟고 있다. 경제지원을 대가로 제 3세계 맹주가 되려 한다는 선진국의 시선 등을 우려해 공식적인 대외원조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지난 2007년 대외원조 금액 16억달러 중 28%인 4억5,000만달러가 아프리카에 배정됐다.
중국은 대외 원조에는 어떤 조건도 없으며 저개발 및 후발 개도국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인프라, 기술, 전문인력 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저개발국에 무상 지원, 무이자 차관을 제공하고 도로ㆍ전력 등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국은 이들 수혜국과의 우선적인 경제협력 협정 체결에서부터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ㆍ남미, 중앙아시아 등에서의 주도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문재정 수출입은행 부부장은 "중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돼 있지 않아 아무런 제한 없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무상 지원 이면으로 자국민 이주나 토지 개발권 등을 얻어내 실리를 챙기는 과정에서 수혜국과 자주 마찰을 일으켜 반감을 산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최대 원조국이었던 일본도 원조를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국가에 해당한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주요국 공항에 가면 일본이 지어줬음을 알 수 있는 징표(국가명 등)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버스에도 라오스와 일본의 협력을 나타내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본은 도로 및 공항건설 등 후진국의 개발계획에 참여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꾀하는 동시에 고유 기술을 전수할 때도 전문가, 재료 및 설비 등의 조달에 국적을 제한하는 등 기술협력과 실익을 강하게 연계한다.
미국은 인도적 목적 이외에 안보 차원의 국익실현을 위해 대외원조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실제 2007년 미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대상국 중 미군 주둔지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지원액이 각각 37억5,000만달러와 15억1,000만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철저하게 인도적인 측면에서 원조활동을 한다. 즉, 후진국의 빈곤퇴치는 선진국의 의무며 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여국보다 수혜국의 수요에 따른 원조를 시행함으로써 국가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는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원조 규모 3위 국가인 덴마크는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관련된 코펜하겐 기후협약 추진과정에서 베트남으로부터 손쉽게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한국도 원조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시점인 지금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과거 선진국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ㆍ국가별로 차별화 해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깔아주는 것은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만큼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원조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원조국으로서의 경험, 경제성장 발전경험, 수원국으로서의 경험 등 어떤 국가도 갖고 있지 않은 고유의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만의 강점을 적극 살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새마을 운동 프로그램 등 경제성장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할 필요가 있다.
이선우 환경관리공단 해외협력팀장은 "우리의 현실을 인식해 구속성ㆍ비구속성이나 유ㆍ무상 원조에 매달리지 말고 수혜국의 눈 높이에 맞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규모 확대보다 전문인력 양성 시급
■ 우리 과제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말 '선진국 중의 선진국' 클럽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계기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을 지난해의 0.09%에서 ▦2012년 0.15% ▦2015년 0.25%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외원조 수준을 높여 선진국과의 갭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단순히 규모의 확대만은 아니다.
우선 늘어나는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양을 늘리는 데 매달리지 말고 수원국이 원하는 분야에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한 민간 전문가는 "몇 년 전 원조 규모를 확대하면서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사용처를 수소문하고 다녔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행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문가 양성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개발도상국 인재들에 대한 후속관리가 되지 않아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렵게 만든 '친한파' 한 명을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시스템적 측면에서 선진국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지원규모가 아니라 인력의 문제다. 실제 한국은 베트남 파견 인력이 수출입은행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합쳐도 10여명에 그치지만 일본은 세 배를 넘는 30여명의 JICA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다른 국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문인력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특히 일본의 경우 전문가를 정부부처에 직접 파견해 국가개발계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국가 핵심 과제들을 쉽게 따내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담당한다면 일본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영역마다 배치돼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에 대한 대우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하지만 닭(전문가에 대한 지원)이 먼저냐, 달걀(전문가)이 먼저냐의 논란일 뿐이다. 일본은 필요하다면 외국인까지 흡수할 정도다.
은퇴한 전문가와 한국의 중고 노후장비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라오스 수파누봉대에서 근무하는 조영신 한국연구재단 파견교수는 "후진국에는 전문가 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과학기술인들이 현지에 와서 조금만 연구하면 금방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그레이트 챌린지 코리아]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