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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만성적자 우정사업 ‘미운 오리새끼’ 전락… 각국 해법 골머리

통신수단 변화·민간택배 활성화로 시장 축소·생존 위협<br>유럽·美·日등 민영·현대화 추진속 中선 보호조치 단행<br>구조조정 반발 심해 정상궤도 진입까지는 '산 넘어 산'




각국 정부가 우정 사업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정 사업은 예전만해도 각 정부에게 알토란 같은 수익 사업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이메일 활성화 등 통신 수단 변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민간 택배회사의 시장 잠식 등으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며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가뜩이나 쓸 돈마저 모자란 각국 정부들은 우체국에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요구하면서 우체국 민영화 혹은 현대화 등 다양한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시장 개방 등으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우편 시장 축소로 파이는 줄어들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생존을 목표로 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정 사업의 향후 개편 방향을 놓고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자국 우정사업을 살리기 위해 보호주의 카드를 빼 드는 퇴행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英ㆍ日, 민영화 접고 현대화 추진=당초 영국 정부는 국영 로열메일의 지분 30%를 외국 업체에 팔아 넘기는 부분 민영화를 계획했다. 하지만 집권 노동당의 지지 기반인 노조측의 반발에 밀려 민영화를 포기하고 현대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노사가 현대화의 방법론을 놓고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측에서는 우편 자동 분류기 도입 등을 통해 경비 절감을 계획하고 있지만, 노조측에서는 노조원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지역별로 순환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지난 29일부터는 전국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우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토니 영 차관은 "노조의 전면 파업은 우편에 의존하고 있는 소비자와 기업들을 이탈시켜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는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정부와 교감하고 있는 사측은 파업 및 연말 우편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3만명의 임시직을 채용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며 노측과 힘겨루기에 들어갈 태세여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깨고 집권한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도 우정 민영화 정책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우정행정이 전력사업처럼 공익성이 높은 사업인 만큼 이를 민영화하는 대신 전국에 산재한 2만4,000개 우체국을 지역행정의 거점으로 재창조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이다. 여태까지 일본의 자민당 정권은 우정공사를 우편사업, 우편국, 저금, 보험 등 4개 회사로 분사한 뒤 이중 우편행정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매각할 방침이었지만, 하토야마 정권 출현과 함께 이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하토야마 정권의 구상은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영난 속에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유럽ㆍ미국도 생존 경쟁 돌입=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상대적으로 일찍 우정사업의 민영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해 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TNT그룹은 호주의 특송 업체 K.W. 토마스 트랜스포트와 네덜란드 국영 우체국인 로얄 PTT포스트가 합병, 지난 1996년 만들어진 업체다. TNT는 현재 유럽 2대 특송 업체로 꼽힐 만큼 성장했지만, 최근 시장 축소로 비용 절감 방안을 내놓는 등 새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TNT는 오는 2012년까지 1만1,000명의 잉여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2015년까지 연간 약 4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정부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며 미국의 DHL 등 메이저 업체를 자회사로 편입시켜온 유럽 최대 우편업체 도이치포스트도 최근 경영악화로 미국 내 모든 DHL 서비스 지점을 폐쇄키로 하는 등 절치부심이다. 프랑스의 독점 우편업체인 국영 라 포스테도 올 상반기 우편 사업 매출이 7% 줄어든 데 이어 오는 2015년까지 매출이 추가로 30%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경우 오는 2010년 말까지 우편 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가간 대표 우정업체간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정은 미국의 우정공사도 마찬가지다. 올해 역대 최대인 7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우정공사는 적자 해소를 위해 우편물 배달을 주 5일로 하루 줄여 연간 30억달러를 절약하고, 직원 건강보험료를 퇴직연금에서 지불하는 방안을 노조측과 논의 중에 있다. ◇中은 보호주의로 해법 찾기 시도= 세계 최고의 우편량을 자랑하는 중국도 DHL, 페덱스 등 글로벌 특송 업체와 수백 개에 달하는 국내 택배업체가 우편 시장의 60% 가량을 잠식하면서 국영 우편업체 차이나 포스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다 못한 중국 정부는 차이나 포스트를 살리기 위해 보호주의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정부는 우편법 개정을 통해 올 10월부터 50g 미만의 우편물은 민간 택배회사가 아닌 차이나 포스트를 통해서만 배달토록 한 데 이어 외국계 운송회사의 중국 내 항공우편 배송도 금지시켰다. DHL 등은 중국 정부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2일자에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우편시장 환경 때문에 우체국들이 작업 자동화, 인원 감축 등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현재의 경기 침체가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낙 경제 전반에 일자리가 크게 줄어 들고 있는 상태라 우체국에서 나갈 경우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 각국 우정 노조들이 구조조정안에 더욱 격렬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FT는 우편 사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민영화든 현대화든 우정 사업의 경쟁력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보수당이 내년 6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로열메일의 민영화가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경우 투자자 유치라는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우정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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