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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7월 27일] '포괄적 패키지' 北악용 경계를

합의후 성실한 실천은 안해<br>시간끌기·벼랑끝 전술등도 조심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실시 직후(지난 5월26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제1차 북 핵실험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를 재개하면서 오히려 보상을 받았던 경험을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이런 패턴이 반복하지 않도록 공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고받으며 김정일 정권의 사술적인 속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로부터 2개월이 경과하는 현시점에서 한미 양국 간 이러한 다짐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7월20일 커트 캠벨 미국 동아태차관보가 "한ㆍ중ㆍ일과 대북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를 조율할 것”이라는 견해를 천명한 후 북핵문제의 한 해결방안으로서 포괄적 패키지 방안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본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사실상 제일 선호하는 정권이며 본 방안을 최대로 잘 악용해온 능수능란한 정권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은 지난 역사 속에서 수많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들을 합의한 후 어느 것 하나 성실한 실천을 하지 않은 정권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는 7ㆍ4공동성명(1972년 7월4일),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12월13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년 2월19일), 6ㆍ15남북공동선언(2000년 6월15), 그리고 국제적으로 북미제네바 합의(1994년 10월21일), 9ㆍ19공동선언(2005년 9월19일), 2ㆍ13합의(2007년 2월13일), 10ㆍ3합의(2007년 10월3일) 등이 북한이 그동안 합의한 포괄적 패키지 방안들이다. 북한은 이 많은 합의들 중 어느 것 하나 성실한 실천은커녕 교묘하게 악용만 해온 정권이다. 북한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함정들을 만들어놓고 악용해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북한은 상대방이 갈구하는 사항, 북한 자신이 갈구하는 사항, 애매모호한 사항들을 포괄적 패키지라는 한 바구니 속에 담아놓고 합의 직후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시간 끌기를 한다. 둘째, 포괄적 패키지 바구니에 담아놓은 내용 중 북한이 갈구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먼저 챙기기 위해 강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갈구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그 실천을 지연시키거나 시간 끌기를 한다. 애매모호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북한에게 100%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서 시간 끌기 혹은 미실천의 빌미를 만든다. 셋째, 북한은 미실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면서 패키지 방안 합의사항을 파괴 내지 공중분해할 것처럼 위협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전개함과 동시에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고 각종 노력들을 경주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이행해야 할 내용들은 끝내 이행을 하지 않고 챙길 이익 내용들만을 최대로 챙긴 후 다시 교착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서 다시 문제들을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또 다른 패키지 방안을 제시한다. 북한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상대방이 지루하고 답답한 행보에 지치거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신념이 약화되기를 기다린다. 시간을 끄는 동안 상대방은 정권교체 혹은 지도자의 교체 등으로 스스로 대북정책을 바꾸게 되고 본래 북한에 획득하려고 했던 목표들을 수정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북한은 남한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약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은 북핵문제와 관련한 지난 15년 동안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교묘하게 이용,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시간끌기 속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현실화’ 등을 챙기면서 미국 및 6자회담에 참여한 다른 4개국들을 농락하고 있는 정권임을 명심하고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거론하고 적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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