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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와 기업가치

그런데 이번에 지정된 30대 그룹에 대한 순위매김의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같다. 무엇보다 자산가치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자산규모만 따지다보니 자산재평가 유무에 따라 큰 편차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모 그룹은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여 자산을 상당히 부풀린 반면 다른 그룹들은 미처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못했다고는 하나 순위를 매기는 기준의 객관성은 손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자산재평가는 부채감축 실적 포함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다. 부채비율감축과 관련, 금감위는 자산재평가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신감시대상을 선정할때도 자산재평가분은 자산산정기준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않는 바람에 자산가치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놓은 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섞어 놓고 큰 것부터 서른개를 골라 일렬로 세운 것과 같은 꼴이 됐다. 더욱이 자산가치 자체도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 기업의 가치나 순위를 따지는 데 있어 자산가치는 더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지적처럼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거나 만져질 수 있는 유형자산은 기업에 별로 가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이나 기술 또는 정보와 같은 무형자산이 미래의 기업가치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의 자산가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10배이상 크다. 그러나 총시장가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값이 GM보다 훨씬 크다. 이제 제조업의 시대는 가고 지식과 정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30대그룹은 덩치는 큰데 비해서 사업구조내에 지식산업이나 정보산업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적 확장에만 몰두하다 미래의 고부가가치에 눈을 뜨지 못한 것이다. 사업을 무리하게 키우려고 엄청난 빚을 끌어다쓴 경영행태가 환란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식 정보 등 무형가치를 소홀히 하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둡다. 금감위로서는 재벌그룹들을 통제하고 감독하려니까 자산가치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야 하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 자산규모만 따지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구태의연한 순위매김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자산가치를 합쳐 순위를 정하기 보다는 재벌 기업들의 주식가치를 합산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평가받는 주식가치 속에는 해당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값이 포함되어 있고 무형자산인 기술특허권이나 상표가치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읽어야 할 것이다. 상위 5대 그룹들의 산출 가치는 거의 대부분 제조업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과감히 지식 및 소프트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제는 제조업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적 경영보다 질적 경영을 해야 한다. 문어발식 확장은 안된다. 핵심역량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시켜야 한다. 회계시스템도 기업의 유형자산만을 측정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무형자산에 대한 자료도 정확히 공시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미래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유형자산만으로 따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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