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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새정부에 번번히 '대립각'

규제완화등 李대통령 경제정책 반박 보고서 잇달아

새 정부와 같은 시장주의 원칙을 공유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노선에 미묘한 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KDI가 잇달아 발표한 정책 보고서들은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이 고수하는 경제정책을 반박하는 내용들로 풀이된다. KDI는 이 대통령과 같은 ‘시장주의’ 노선의 국책 연구기관이지만 최근 기업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완화와 경제 성장 최우선주의에 대한 고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새 정부와의 의견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지난 5일 KDI가 내놓은 ‘정부의 경제적 역할’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KDI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대폭 줄이고 규제개혁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불공정 행위를 없애기 위한 경쟁정책 관련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경영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줘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는 대립되는 면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강 장관이 기회가 닿을 때마다 ‘환율주권론’을 내세우며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성장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에 대해 이 보고서는 “거시경제안정을 위해서는 경제위기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KDI는 이전에도 대기업 규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와의 시각 차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앞서 ‘기업집단 내부거래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KDI는 대기업이 그동안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지배주주의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나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또 ‘유보율 급증, 정말 문제인가’라는 보고서도 기업들의 유보율이 늘어난 것은 규제로 인한 투자 위축 탓이라는 새 정부 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KDI는 기업 유보율 급증을 수익성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이해 이명박 정부 측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폈다. 이에 앞서 ‘사회통합의 과제와 저소득층 향상’이라는 보고서도 ‘경제 성장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 대통령의 논리를 희석시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같은 ‘시장주의’ 경제이념을 공유하면서도 번번히 노출되는 이명박 정부와 KDI의 엇박자는 이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었다. 7% 고성장을 공약으로 내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해 KDI는 “5%도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찬물을 끼얹었고 당시 유류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KDI는 “절대 안 된다”는 강한 어조를 드러냈다. KDI가 성장보다 분배, 시장주의보다는 중도좌파 이념을 바탕으로 한 참여정부하에서보다 오히려 같은 원칙을 공유하는 새 정권에서 정부와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KDI도 이 같은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KDI 의 고위 한 관계자는 “이념을 중시한 참여정부 시절에는 KDI 연구분야가 정부 정책과 아예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될 일이 없었다”며 “경제를 중시하는 새 정부와 큰 기조는 같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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