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은 상장의 대가로 얼마의 공익기금을 내야 할까. 생보업계가 내는 출연금은 적게는 4,000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와 생보사 대표들은 지난 8일 모임을 갖고 상장에 앞서 상장차익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을 수용해 공익기금 출연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일정한 금액을 정해 출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세전이익의 일정 비율을 내놓는 방식으로 공익기금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서 논의된 방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20년간 세전이익의 1.5%를 출연하며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는 세전이익의 0.75%, 2012년부터는 1%, 2025년부터는 1.5%를 각각 출연하게 된다. 계약자 배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머지 생보사는 상장 전에는 세전이익의 0.25%, 상장 후에는 0.5%를 출연하게 된다. 보험사별 기부금액은 법정기부금 한도인 세전이익 5%를 기준으로 정했다. 즉 회사별로 법정기부금의 5~30%를 매년 출연하도록 한 것이다. 이 기준을 2005회계연도 실적에 대입, 적용할 경우 앞으로 20년간 생보업계가 출연할 규모는 4,428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5년 7,563억원의 세전이익을 낸 삼성생명의 출연금은 매년 113억원으로 20년간 2,269억원을 출연하게 된다. 교보생명의 경우 2005년 세전이익 3,290억원을 기준으로 20년간 낼 규모는 521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생보사들은 2005회계연도 세전이익 1조6,382억원을 기준으로 모두 1,638억원을 내게 된다. 당장의 수익을 놓고 보면 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연규모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상장할 경우 자본확충의 기회가 커지며 고령화사회가 다가오고 국민들의 보건의식이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사이에 연금시장과 보험수요가 엄청나게 팽창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이를 전제로 할 경우 그 규모가 수조원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세전이익 연계 출연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출연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08년부터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가 도입되면 생보사의 순이익 급감이 불가피하고, 보험사의 출연금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보업계가 상장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성공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따라 순이익이 급증, 출연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사별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된 만큼 이해득실을 따져가면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실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각 보험사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다른 방안을 채택하자는 주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공익기금이 아닌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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