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3개국가의 단일 통화인 유로(euro)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초강세를 지속하면서 유럽연합(EU)의 핵심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의 밀월 관계가 깨지고 있다. 프랑스는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유로 강세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독일은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의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에 미온적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유로가 미 달러 등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자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보다 강력한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르코지는 유로 강세가 프랑스의 수출산업에 타격을 주고,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소유하고 있는 에어버스사의 경영에 막대한 부작용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둔 ECB의 의사결정에 간여하려는 사르코지의 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독일의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사르코지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ECB의 독립성은 보호돼야 하면 ECB의 가장 큰 정책 우위는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두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오는 16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열리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회의에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회의는 지난 수년간 A380 등 신형항공기 생산 지연과 이로 인한 재정악화에 봉착해 있는 에어버스의 경영구조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다. 이 밖에도 사르코지가 제기한 ECB의 영향력 확대 요구는 이제 EU 정상회의나 다른 유럽권 회의에서도 핵심이슈가 될 전망이다. 유로화는 지난 11일 1유로당 1.37달러로 오른 후 12일 다시 1.38달러 바로 직전까지 치솟아 2002년 1월 유통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달러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등 신용불안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유럽은 ECB 등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이런 이유 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어 3년전 무역 흑자국에서 지난해 370억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국으로 추락했다. 경기 부양을 외면한 채 꾸준히 금리를 인상하며 유로화의 강세를 부추키는 ECB에 대한 불만이 당연히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EADS의 CEO인 루이스 갈로스는 “만약 유로가 더 강세를 띤다면 유럽에서의 생산 작업을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유로가 10센트씩 상승할 때 회사의 영업이익은 연간 10억유로씩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EADS가 가진 에어버스의 라이벌 회사인 미국의 보잉이 총비용의 80%를 달러로 쓰고 있는데 반해 에어버스는 비용의 50%를 유로로 쓰고 있어 애당초 경쟁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독일측은 프랑스 기업들의 취약한 경쟁력과 다양한 수출구조를 갖지 못한 프랑스의 산업구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한다. 독일 기업들이 통일후 꾸준한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회복한 반면 프랑스 기업들은 몇 개 대기업을 제외하면 수출 제품을 생산할 낼 만한 중소기업들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제부 장관인 미카엘 글로스는 “현재의 환율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강한 유로에 의한 값싼 수입품의 증가는 오히려 기업들의 원가절감에 도움이 된다.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고 아무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기업연합회의 이코노미스트 라인하드 쿠디스도 “환율이 큰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는 경쟁력을 가진 강한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등 내부 문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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