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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논쟁과 다이애나

지난 83년 소련은 KAL기에 미사일을 발사,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소련측은 『KAL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한 것은 고의적이고 계획된 첩보활동이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의 영토 내에 있는 기지에서 조종했다』며 미국의 사주에 의한 스파이 행위로 몰아붙였다.필자는 그때 소련 흑해연안에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주관하는 해상에서의 인명안전에 관한 세미나에 참가하고 있었다. 천인공로할 만행에 세계여론이 비등하여 자유진영의 모든 여객기가 소련취항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그곳에서는 국제여론이 차단되었고 인민들은 그들 정부가 꿰어맞춘 궤변에 순치되고 있었다. 그 세미나에서 문서를 담당했던 소련 여인 다이애나는 나에게 퍽이나 친절했으나 세미나가 끝날 무렵 설전을 벌이고 말았다. 그녀는 남한은 자유도 없고 헐벗고 굶주리는 나라라고 힐난했다. 한국에는 거주·종교·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제한적이지만 비판의 자유도 있다고 응수했다. 또 선진국만은 못하지만 북한보다는 휠씬 잘 산다고 했더니 그녀는 미국원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개방된 런던에서 3년간 IMO에 근무한 다이애나가 한국에 대해 저렇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폐쇄된 북한 여인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2년 후인 85년 다시 소련에 갔을 때는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되어 있었다. 그는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개혁과 개방의 물결을 유입시키고 있어 2년 전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87년 국방대학원에 입교하여 「소련의 개방정책을 통한 한·소(韓蘇)해운의 교류예측」이란 논문을 한편 썼다. 해운산업연구원에서 논문제목을 보고 흥미로웠던지 해운경영인들의 조찬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됐다. 세미나가 끝나고 헤어질 때 한 친구가 『청중 사이에서 당신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잠꼬대 하네」하고 비꼬더라』고 전해주었다. 그러나 잠꼬대라던 나의 예측은 적중, 91년 부산~나홋카 한·소 직항로가 개설돼 그 기념식에서 나는 감격스럽게 축사를 했다. 동서냉전의 한 축인 소련은 붕괴됐고 동구는 공산주의와 결별했으며 중국도 시장경제로 말을 바꾸어 타는 등 공산권의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인데 북한은 왜 변하지 않는가. 그러나 북한도 서서히 변해갈 것이다. 때늦은 사상논쟁을 보면서 그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던 그 여인 다이애나는 지금 소련이 아닌 러시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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