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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 두작품 같은날 개봉 눈길

카우리스마키 감독 자칭 걸작·졸작 28일 선봬핀란드 출신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2편이 21일 나란히 개봉된다. '성냥공장 소녀'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34살의 나이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개최했을 만큼 거장의 반열에 오른 천재감독이다. 지난 83년 '죄와 벌'로 데뷔한 그는 주로 풍자적인 코미디 영화만을 고집하고 영화제도 비경쟁 부분에만 출품하는 '괴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햄릿, 장사를 더나다'(87) '나는 살인청부업자와 계약했다'(90)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94)등 그가 만든 영화의 제목만 봐도 풍자와 희극적인 요소가 물씬 풍긴다. 이번에 개봉되는 두편의 영화는 감독 스스로 '걸작'과 '졸작'으로 꼽은 작품. 둘다 지난 89년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져가는 시기에 제작됐다. 따라서 사회주의에 대한 독설이 그득하면서도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롭고 신랄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성냥공장 소녀'에서 밤낮으로 돌아가는 기계 앞에 선 무표정한 소녀의 모습과 중국 천안문 사태때 커다란 탱크의 행렬을 맨 몸으로 막아선 TV속 사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식이다. '성냥공장.'의 볼품없는 외모를 지닌 '이리스'. 무능력한 엄마와 계부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같이 성냥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퇴근하면 집안일을 해야 하는 단조로운 삶을 보낸다. 지겨운 일상의 유일한 해방구는 저녁마다 찾는 댄스 클럽. 그러나 초라한 외모 때문에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남자는 없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클럽을 찾은 어느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를 갖는다. 하지만 이리스에게 돌아온 것은 야멸찬 현실. 남자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리스는 차분히 복수를 준비한다. 초반 20분 내내 '맥주 하나요'가 대사의 전부일 정도로 대사를 아낀 이 영화에서 촌스러운 배경 음악의 노랫말만이 소녀의 감정을 대신한다. 또 흥건한 피나 요란한 효과음이 아니라 늘상 돌아가는 성냥공장의 기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살인을 행하는 소녀의 모습이 오히려 섬뜩함을 자아낸다. 감독이 최악의 영화로 꼽은 '레닌그라드.'는 역설적이게도 감독이 명성을 떨치는 데 가장 공헌한 작품이기도 하다. 핀란드 툰드라 지대에서 활약하던 최악의 밴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는 흥행업자로부터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이 밴드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뉴욕을 찾지만, 그들의 연주를 듣고 안색이 변한 프로모터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자기 사촌의 결혼식이나 연주해 달라며 그들을 쫓아버리고, 멕시코를 향한 그들의 장도가 다시 시작된다. 영화는 최악의 밴드가 미국을 횡단하며 겪는 해프닝을 통해 폭소를 자아내며 자본주의 사회의 씁쓸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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