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로에 선 금융산업] <5·끝> 해외진출 성공하려면

[리빌딩 파이낸스]<br>이제 걸음마 뗀 글로벌화… 현지 금융사 제휴→M&A 단계 접근을<br>당국 눈치 보느라 단기성과 급급… 보신경영 벗고 지속적 투자 필요<br>무차별적 진출 땐 실패확률 높아… 맞춤형 비즈니스 플랜 수립해야

이순우(왼쪽 사진 가운데) 우리은행장과 박근희(오른쪽 사진 왼쪽 네번째) 삼성생명 사장이 각각 인도네시아와 중국 현지법인의 설립 기념식과 개소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은행의 글로벌화요? 이제 걸음마를 뗐다고 할 수 있죠.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고 현지에 밝은 전문인력이 태부족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정보수집에도 한계가 있구요. 무엇보다 은행도 금융당국 눈치에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글로벌 전략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국책 연구소의 한 관계자가 국내 은행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대해 내린 평가다.

모든 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해외 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얘기다. 국내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해 내수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진단은 뼈 아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행들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익기반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차츰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은 전세계 151개의 국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중국ㆍ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이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는 639억달러, 순이익은 7억2,160만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뛰었다. 수치만 보면 현지화가 개선됐지만 제조업 대비 금융산업의 역량이나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로 국제 금융 수요가 많음을 감안하면 왜소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6월 기준 초국적화 지수는 4.9%로 UBS(76.5%, 2006년 말 기준)나 HSBC(64.7%) 등에 비해 현격히 떨어져 있다. 국내 영업만으로도 수익확보가 가능했던 은행들이 글로벌화에 무신경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 현황도 녹록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가계의 보험 가입률이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95%를 넘어섰고 빠른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해외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점포 당기 순손실은 1,93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0% 늘었다. 보험료 수익이 56.8% 늘었지만 영업기반 확대를 위한 사업비 부담이 손익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동부화재 등 대형 6개 손보사의 지난해 상반기 수입보험료 중 해외점포 비중은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카드ㆍ캐피탈이 국내 금융사로서는 야심 차게 영국에서 자동차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소매금융'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화가 더딘 이유로 금융기관의 독특한 지배구조를 꼽고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인이 없는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등 인사 난맥상으로 책임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나은행이 그나마 국내 은행들 중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의 장기 집권으로 외풍에 흔들림 없이 해외 시장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감독행태를 꼬집는 전문가도 많다. 시시때때로 해외로 나가라고 재촉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문책하려 드는 이중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다.

국민은행의 강정원 전 행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화의 기치를 내걸었던 강 전 행장은 2008년 카자흐스탄 BCC은행을 인수했는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해 부실이 심해지자 당국이 이를 문제 삼았다. 강 행장이 물러난 데는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이 사안은 금융권에 보신주의를 가져온 원인이 됐다.

하지만 골치덩어리였던 BCC는 지난해 2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글로벌화를 진척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에 대해 단기적이고 결과론적인 시각으로 재단하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결국 3년 임기의 행장 입장에서 보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자기 임기 동안에는 돈을 붓고 효과는 차차기는 돼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성과가 나려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금융의 공공성을 너무 강조하면 보수적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무차별적 해외 진출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교포 위주의 영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른 금융사와의 비교우위를 고려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패 확률이 높다. 이를테면 특정 은행이 고객관계관리(CRM)에 경쟁력이 있다고 할 때 관리 노하우를 진출 대상국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지, 현지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이 중남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문화적 친밀감으로 선진 금융 노하우를 현지에서 접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병효 우리은행 글로벌 담당 부행장은 "같은 지역에 우르르 나가봐야 국내 은행끼리 한정된 파이를 쪼개 먹는 결과밖에 내지 못한다"며 "영업환경, 법률과 제도, 금융관행 등이 국내와 다른 만큼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비즈니스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지 금융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현지화의 발판을 마련한 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식의 단계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현지 및 선진 금융사와 곧바로 경쟁하기 버거운 만큼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것.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매금융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뉴욕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허브 시장에도 도매금융 거점을 마련해 정부 발주 공사 등 대규모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